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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전화도 꺼버렸다”…바닥 쓸려다 소식 들은 앤 카슨

중앙일보

2026.10.08 16:04 2026.10.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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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 사진 노벨상 홈페이지 캡처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 사진 노벨상 홈페이지 캡처

캐나다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부엌에서 크래커를 먹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를 읽으면서. 마침 바닥을 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전화가 계속 울렸다. 그는 꺼버렸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남편 로버트 커리가 “다시 전화를 해보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 카슨은 그 통화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다.

카슨은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노벨상 측 예니 뤼덴과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상황을 이렇게 밝혔다. 카슨은 현재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바닷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극 쪽 바다가 내다보인다. 극적인 이야기를 못 들려줘 미안하다. 여기는 그냥 평범한 하루”라고 했다. 수상을 축하하는 방식도 고요했다. 카슨은 “전화를 받지 않도록 되도록 밖에 나가 숲을 걸을 것”이라며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해 현재 캐나다·아이슬란드 복수 국적자다.


노벨문학상의 의미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나의 수상은) 좀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여러분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카슨은 상금을 어떻게 나눠줄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집이 필요한 친구가 한 명 있고, 평소에도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노벨상 상금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16억1000만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카슨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뜻하지 않게 하게 된 일”이라며 “늘 다른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1년 고전학 박사학위 논문 『나는 미워하고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발표했고, 1986년 출간한 첫 저서 『에로스, 달콤씁쓸한』은 이 논문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이후에도 그의 창작 작업은 시, 소설, 에세이를 넘나들며 경계 없이 이뤄졌다.


‘영감을 얻기 위해 찾아 읽는 작가가 있냐’는 물음에 카슨은 호메로스를 꼽았다. 고전학자인 그에게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은 학문적 토대이면서 창작의 재료였다. 예컨대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1998)은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 게리온을 현대의 상처받은 소년으로 되살렸다. 카슨은 “저는 고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고전 속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카슨의 어떤 작품부터 읽기를 권하겠냐’는 물음에 카슨은 “어디서 시작하든 상관없다”며 “중간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도 “중간부터 시작하라”였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남편인 로버트 커리가 찍은 사진으로 스웨덴 한림원이 9일 노벨상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남편인 로버트 커리가 찍은 사진으로 스웨덴 한림원이 9일 노벨상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카슨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와도 인터뷰했다. ‘수상으로 독자층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출판사는 그러길 바랄 것이지만, 저는 모르겠다. 달라지긴 할 것이다. 제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을 테니까”라고 답했다.

카슨은 2008년부터 아이슬란드에 오기 시작했다며, 아이슬란드 시인들을 많이 만나 교류했다고 밝혔다. 195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슬란드 소설가 할도르 락스네스에 대해선 “멋진 작가”라고 평했다.

오늘날 시의 역할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은 없는 것 같지만, 지금은 시가 산문보다 더 쓸모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빨리 읽을 수 있고, 다들 바쁘니까.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짧아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호메로스는 짧지 않아 예외지만”이라고 덧붙였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최근 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최근 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벨상 측의 인터뷰 전문
예니 뤼덴: 안녕하세요. 노벨상 측의 예니 뤼덴입니다.
앤 카슨: 아, 좋아요. 이제 연결됐네요. 말씀하세요.


뤼덴: 네, 정말 감사합니다. 우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카슨: 고마워요. 정말 얼떨떨하네요.


뤼덴: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수상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시겠어요?

카슨: 그냥 크래커를 먹고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어요. 아직 특별한 일은 없어요. 여기는 아직 아침이거든요. 부엌에 앉아서 『런던 리뷰 오브 북스』를 읽으며 차를 마시고 있었어요. 바닥을 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벌떡 일어났죠. 그러더니 전화가 계속 걸려왔어요. 저는 계속 꺼버렸고요. 원래 전화가 울리면 늘 꺼버리거든요.
로버트 커리: 저는 남편인데요. 제게 고마워하셔야 해요. 그쪽 번호로 다시 전화하도록 한 사람이 저거든요.

카슨: 네, 남편이 전화를 받아요. 저는 보통 전화를 꺼버리죠. 남편이 받고는 제게 다시 전화하라고 해요. 좀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뤼덴: 왜 그렇게 말도 안 되고 황당하게 느껴지시나요? 예상하지 못하셨나요?

카슨: 아니, 세상에, 누가 이런 걸 예상하겠어요?


뤼덴: 집에 계신다고 하셨는데, 어디인가요?

카슨: 레이캬비크의 바닷가에 있어요. 북극 쪽 바다가 내다보이죠. 극적인 이야기를 못 들려드려서 미안해요. 여기서는 그냥 평범한 하루예요.


뤼덴: 이번 노벨상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셨나요?

카슨: 아니요, 아직요. 저희는 그냥 상금을 어떻게 나눠줄지 생각하고 있어요. 집이 필요한 친구가 한 명 있고, 평소에도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를 많이 하거든요. 네, 그런 것들이요.


뤼덴: 이 뜻밖의 소식을 어떻게 축하하실 계획인가요?

카슨: 솔직히 말하면,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밖에 나가 숲을 걸을 거예요. 그러고는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려고요.


뤼덴: 좋네요. 작가로서의 선생님과 작품에 관해 여쭤보겠습니다. 선생님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자신의 글쓰기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카슨: 뜻하지 않게 하게 된 일이라고 설명하겠어요. 늘 다른 무언가를 하려고 하거든요.


뤼덴: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책과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무엇부터 읽으라고 권하시겠어요?

카슨: 모르겠어요. 어디서 시작하든 상관없어요. 대부분은 그 자서전을 읽죠. 저도 읽어봤는데, 읽기 쉬운 것 같아요. 하지만 모르겠네요. 중간부터 시작하세요. 저는 늘 그렇게 말해요.


뤼덴: 시작에 관한 질문을 드리죠. 새 책 작업에 들어갈 때는 어떻게 시작하시나요? 글을 쓰는 과정은 어떤가요?

카슨: 중간부터 시작해요. 제게 있는 유일한 규칙이에요.


뤼덴: 어떤 뜻인가요?

카슨: 그 말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든, 중간을 찾아서 거기서 시작하세요.


뤼덴: 영감을 얻기 위해 찾아 읽는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카슨: 호메로스요.


뤼덴: 고전학을 가르치시고, 고전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맥락으로 옮겨오셨는데요. 이런 작업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카슨: 그렇지 않아요. 저는 고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고전 속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뤼덴: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카슨: 지루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당신도 피하지 않나요?


뤼덴: 본인에게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카슨: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냥 하루 중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하는 기준이죠. 바닥을 쓸든, 호메로스를 읽든요. 많은 경우 지루함을 피하려고 하는 일이에요. 삶은 지루하니까요.


뤼덴: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카슨: 그 삶으로 뭔가를 해보세요.


뤼덴: 좋은 조언이네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카슨: 아니요. 같은 말이에요. 중간부터 시작하세요.


뤼덴: 뒤에서 전화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네요.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카슨: 정말 고마워요.


뤼덴: 그럼 안녕히 계세요.

카슨: 안녕히 계세요.

(ChatGPT 번역)



윤성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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