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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시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말

Los Angeles

2026.10.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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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나 / 칼럼니스트

유이나 / 칼럼니스트

20여 년 전 LA 타임스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카니 강은 당시 한인 커뮤니티의 실상을 미국 사회에 전해준 아주 고마운 저널리스트였다. 미국 주요 언론사 최초의 한인 여성 기자로 기록된 그는 LA 폭동 당시 LA 타임스가 한인 사회와의 원활한 소통과 이해를 위해 영입했으며, 2008년 은퇴까지 16년간 활약했다.
 
그 기간 그는 한인 사회의 모습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한인의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로 코리아와 코리안을 미국 사회에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기사가 한국어의 독특함에 관한 칼럼이었다.
 
LA 타임스의 비중 있는 기획면인 ‘칼럼 원’에 ‘당신을 알게 될수록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To Know You is to Love You)’ 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이 칼럼에서 카니 강은 한국어의 독특함과 오묘함, 문화적 특성 등을 조목조목 설명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어를 “‘언어의 미로’가 담긴 깊이 있고 다양하며 시적 매력이 가득한 아름다운 언어”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높임말이 상대에 따라 세분되어 있어 복잡한 느낌도 들지만 그만큼 언어에 깊이가 느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한인은 ‘나의 엄마’ ‘나의 남편’이라 하지 않고 ‘우리 엄마’ ‘우리 남편’ 이라고 표현한다며 강한 공동체 의식이 있는 한국의 문화적 단면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칼럼에서 카니 강이 한국어의 다양성을 설명하며 영어의 ‘You’격인 2인칭 대명사를 예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어에서 상대를 지칭하는 표현은 엄청나게 많다. 당신, 너, 그대, 자기, 여보, 자네, 너희, 귀하, 댁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단어도 손꼽을 수 없을 정도’라고 감탄했다. 아름답다, 어여쁘다. 예쁘다. 이쁘다, 곱다, 눈부시다,사랑스럽다, 귀엽다 등을 예로 들었다.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시대에 살면서 한국어를 사용할 때 나름대로의 기준 몇 가지 가 있다. 그중 꼭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유행어나 줄임말은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말자다. 언어가 경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유니크하고 멋진 우리말에 대한 경외심을 이런 작은 실천으로나마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칭구’나 ‘뱅기’ 같은 단어는 가벼운 문자 대화에서도 안 쓴다. 상대에게 꼰대 소리를 듣는 한이 있어도 꼬박꼬박 ‘친구’, ‘비행기’ 라고 쓴다. ‘멍 때린다’, ‘1도 몰랐어’ 같은 말은 재미있는 유행어라 해도 아름다운 언어를 선물해준 선조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어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은 줄임말이 지나칠 정도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제목은 줄여 쓰지 않으면 시대에 비껴간 사람 취급받는 듯하다. ‘왕사남’이라는 단어가 싫어 항상 ‘왕과 사는 남자’라고 썼더니 한국의 친구는 다른 영화 라는듯 ‘응~ 왕사남?’ 이라고 고쳐준다.
 
드라마 대사 중에도 줄임말이 너무 많아 내용 조차 못 알아들을 정도다. 미디어에서도 뜻 모를 줄임말을 사용해 불편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요즘 세대의 생활 문화에 관해 쓴 칼럼을 읽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젊은 층은 ‘별다줄’ 세대라는 것.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별걸 다 줄이는 세대’라는 뜻이란다.  
 
예전 초년 기자 시절 기사 작성의 기본을 배울 때 ‘독자 한명이라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사가 아니다’ 라며 아무리 유행어라 해도 줄임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배웠던 기억이 새롭다.
 
세계적 언어 정보기관인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7150여 가지. 그중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상위 20~23개 정도의 주요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중국어. 그다음으로는 스페인어, 영어, 힌디어, 아랍어 등이며 한국어는 15위로 기록된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고 중국 옌벤 조선족 자치주에서 조선족이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표기 문자로 한글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니 이도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한글과 한국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언어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우수한 언어를 우리 스스로 저급하게 변질시키는 듯해 서글프다.
 
올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80돌이며, 한글날 제정 100년이 되는 해라니 우리글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 더욱 각별하다.
 
세상 변화의 흐름이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그저 주변에 인사를 전할 때, 친구들과 대화할 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아름답고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우리말을 온전하게 쓰면서 모국어를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해 본다.

유이나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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