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반포 580돌·한글날 제정 100주년 영어 편한 1.5세·2세 부모 늘어 교수법도 변화 풀러턴한국학교, 숙제 지도·이중언어 교사 지원 한국 역사문화 배우고 정체성 키우는 공간으로
신춘상 남가주한국학원 교육감이 한국 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보조교사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남가주한국학교 제공]
한인사회에 세대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한국학교의 교육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어가 익숙한 이민 1세 부모들이 자녀를 한국학교에 보냈지만, 최근에는 영어가 편한 1.5세와 2세가 부모 세대로 자리 잡았다. 국제결혼 가정도 늘면서 집에서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듣고 자란 아이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던 한국학교가 이제는 말하기와 듣기부터 가르쳐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한글날을 맞아 살펴본 남가주 한국학교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남가주한국학원 산하 11개 한국학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풀러턴 한국학교는 재학생 400여명 중 10~15%가 1.5세·2세 부모의 자녀다.
풀러턴 한국학교 교장을 겸하는 신춘상 남가주한국학원 교육감은 “부모가 한국어 숙제를 도와주지 못하는 학생들은 한 학기에서 1년이 지나면 공부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학교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수업 후 한 시간 동안 한국어 숙제를 돕는 ‘홈워크 클럽’을 만들었다. 처음 5명이던 참여 학생은 현재 40명으로 늘었다. 한국어와 영어에 능숙한 졸업생 보조교사(TA)들도 교실에 배치해 수업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며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한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애틀랜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40년 넘는 역사의 애틀랜타 한국학교에는 한국어가 서툰 1.5세·2세 부모의 자녀는 물론, 부모 대신 조부모가 직접 데려오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고은양 애틀랜타 한국학교 교장은 “전처럼 읽고 쓰는 것만이 아니라 말하고 듣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며 “이제는 제2외국어 수업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기대도 달라졌다. 단순히 한글을 읽고 쓰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명절, 생활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K팝과 K푸드 등 한국문화의 인기도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위티어에 사는 1.5세 차동헌·소현씨 부부는 자녀들의 보이스카우트나 운동 일정이 겹쳐도 한국학교 수업을 우선했다. 어린 시절 한국어를 충분히 배우지 못했던 아버지의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세 아들 모두 풀러턴 한국학교에 다녔으며, 두 아들은 월반을 거쳐 9학년에 졸업했다. UC데이비스에 재학 중인 장남 진서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친구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둘째 인서는 K팝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한국어 가사의 뜻을 설명한다.
어머니 소현씨는 “한국어 교육은 읽고 쓰는 것을 넘어 그 언어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자녀들이 한국인의 표현과 역사를 자신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학교에서 쌓은 경험은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된다. 장기간 한국어를 배우고 졸업 후 보조교사로 봉사한 이력은 꾸준한 학습과 봉사 경험을 보여주는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라진 학생 구성에 맞춰 교사를 확보하고 교수법을 개선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신 교육감은 “가정에서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적은 학생들에게 한국학교는 한국어로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이라며 “이중언어 교사를 늘리고 매년 교사 연수를 통해 새로운 교수법을 공유하고 교과서도 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