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타운의 별이 지다…김스전기 창업자 김대순 회장
Los Angeles
2026.10.08 21:40
47년간 이민사회와 희로애락 나눠
한인들 삶 속에 '작은 한국' 일궈
'안 깎아도 싼 집' CM송 직접 작사
3대째 가업 이어 한인타운 지켜
"안 깎아도 제일 싸다는 집, 김스전기"
본지는 지난 2019년 3대째 가업을 잇는 '김스전기'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김대순(오른쪽부터) 회장과 다니 김 사장. 스캇 김 부사장 등 3대가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상진 기자
남가주 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친숙한 광고 문구다. 반세기 가까이 LA한인타운을 지키며 한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김스전기의 창업자 김대순(사진) 회장이 지난 7일 별세했다. 92세.
고인은 단순히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국의 물건을 그리워하던 이민자들에게 한국의 생활문화와 정서를 전하며 한인타운의 성장을 함께한 1세대 기업인이다.
1935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중앙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미국으로 이민 와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일하며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1979년 LA한인타운 VIP플라자에 첫 매장을 열면서 김스전기의 역사가 시작됐다. 1989년에는 올림픽 불러바드와 베렌도 애비뉴 인근 현 매장(2940 W. Olympic Blvd.)으로 이전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고인의 경영철학은 분명했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팔아 손님과 가게가 함께 이익을 얻어, 궁극적으론 커뮤니티에 기여한다는 원칙이었다.
이를 위해 중국과 독일,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을 직접 누볐다. 좋은 제품을 찾아 해외 출장으로 이동한 거리만 약 200만 마일에 달한다.
김스전기를 한인사회에 각인시킨 광고 음악(CM송)도 고인의 작품이다. 직접 노랫말을 쓰고 작곡가 방용석씨가 곡을 붙인 '안 깎아도 제일 싸다는 집'은 한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김스전기의 상징이 됐다.
김스전기는 1세대 이민자들에게 한국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작은 한국'이었다. 한국식 슬리퍼와 김치통, 이불과 주방용품까지 고국에서 쓰던 물건들이 진열된 매장은 이민 생활의 향수를 달래주는 공간이기도 했다.
부모 손을 잡고 매장을 찾았던 자녀들이 성인이 돼 다시 방문하는 추억의 장소로도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ABC7 방송도 김스전기를 한국 문화와 이민자들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으로 조명했다.
고인은 직원들을 가족처럼 아끼는 경영으로도 알려졌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기업문화를 일궜으며, 중앙대학교 동문회장을 맡아 동문사회 화합에도 힘썼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남몰래 이어갔다.
고인이 일군 김스전기는 장남 다니 김 사장에 이어 손자 스캇 김 부사장까지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인은 과거 창사 기념행사에서 "지금의 김스전기는 고객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모든 공을 단골손님들에게 돌렸다.
47년간 한인타운을 지켜온 김스전기. 고인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매장의 규모나 상품이 아니라 한인사회와 함께 쌓아온 신뢰와 세대를 잇는 추억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귀열씨와 장남 다니, 차남 피터, 장녀 신디아씨가 있다. 장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연락: (213) 703-0134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