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 기조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정당 지지층에 따라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 분야에서는 민주·공화 양당 지지층의 인식이 일치했으나, 호감도와 통상, 문화 분야에서는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른 시각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집권당인 공화당 지지층의 한국 호감도가 과거보다 크게 식은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DC 소재의 한미경제연구소(KEI)가 8일 발표한 ‘미국인 한반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는 한미동맹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원 71%, 공화당원 73%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유사시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을 투입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응답 역시 71%에 달했다.
동맹의 중요성이 정당의 노선을 떠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75%가 한미동맹이 미국 또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평가한 것도 초당적 지지를 뒷받침한다.
반면 통상과 문화, 국가 호감도 등에서는 양당 지지층의 시각적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민주당원이 75%, 공화당원이 65%로 10%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특히 공화당원의 호감도는 KEI 조사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상승세를 타며 2023년 76%까지 치솟았으나, 이듬해 64%로 급락한 뒤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원의 호감도는 2020년 69%에서 꾸준히 상승세다.
올해 전체 응답자의 한국 호감도는 68%로, 지난 2020년 조사 대비 3%포인트 상승했으나 지난 7년간 대체로 60%대 후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는 K-팝, K-푸드 등 한류 문화의 유행이 국가 호감도로 직접 이어지는데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극심한 온도 차를 보인 분야는 통상 정책이다. 한국과의 교역 확대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민주당원에서 27%였으나, 공화당원에서는 14%에 그쳤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지지율 역시 민주당원 55%, 무당파 44%인 반면 공화당원은 16%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 뿌리내린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화 소비 및 관심도 측면에서도 정당별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음식, 뷰티, K-팝, 영화 등 조사 대상 전 항목에서 민주당원의 관심도가 공화당원을 크게 앞섰다. 특히 음식과 뷰티 분야의 관심도 격차는 16%포인트로 가장 크게 벌어졌다.
“관심 있는 한국 문화가 단 하나도 없다”는 응답은 공화당원이 52%로 과반을 차지해, 민주당원(33%)을 크게 웃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응답자의 59%는 한국 문화가 국내에서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동맹이라는 단단한 뼈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와 문화적 보수성이 한미 간 경제·문화적 밀착을 가로막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KEI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1일까지 성인 12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