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로 계약·서명·본인 확인 AI 사기 막는 '아날로그 최후 방어선' 서명 순간 증거 보관…미 특허 9건 출원
메디케어 가입 상담 동의서를 전화기로 검토하고 서명하는 바이오사인박스 서비스 화면과 데이비드 강(아래) 대표.
바이오사인박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가족의 목소리를 복제하고, 이메일과 휴대전화까지 해킹해 마치 본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 목소리도, 이메일도, 문자도 더 이상 '그 사람'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다.
미국 기업 '바이오사인박스(BioSignBox, LLC)'는 이러한 문제에 '사람이 직접 서명한 증거'라는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답을 제시한다. 전화기 하나로 계약서 검토부터 손가락 서명, 본인 인증, 증거 보관까지 처리하는 새로운 디지털 서명 서비스다.
핵심은 단순히 전자서명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명하는 순간'을 증거로 남기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전화기로 계약서를 읽고 손가락으로 서명한 뒤 본인 인증을 마치면 서명 시각과 기기 정보가 자동 기록된다. 동의한 경우 서명 중의 사진(스냅샷)도 남길 수 있다.
특히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와 증거 기록은 회사 서버가 아닌 사용자가 지정한 구글 드라이브나 원드라이브, 전화기 내 'BSB DOC' 폴더에 저장된다. 회사는 서류 원본 대신 문서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지문인 '해시값'만 보관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증거의 신뢰성을 함께 고려한 구조다.
보이스피싱 대응 기능도 눈길을 끈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로 개인정보나 계좌번호를 요구하면 통화 중 버튼 하나로 상대방에게 '본인 확인 서류'를 보낼 수 있다. 가족을 사칭한 경우 저장된 실제 가족 번호로 다시 확인하고, 경찰.검찰.은행 등을 사칭하면 공식 이메일 인증이나 대표번호 연결을 통해 확인하도록 설계했다.
일상 속 작은 약속에도 활용할 수 있다. 친구가 "돈 좀 빌려줘"라고 하면 "그럼 바이오사인박스에 서명해 줘"라고 답하면 된다. 빌린 금액과 날짜, 서명 기록이 양측에 남아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계약이나 법률 서류에도 활용 가능하다.
첫 적용 분야는 미국 메디케어 보험 가입 현장이다. 보험 에이전트가 전화로 플랜을 설명하고 계약서를 전송하면 가입자는 집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인증을 마칠 수 있다. 서류는 양측이 각각 보관해 고령 가입자의 방문 부담을 줄이고 에이전트의 증빙 절차도 간소화한다.
바이오사인박스는 오는 11월 미국과 한국에서 웹앱(PWA) 기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후 정식 모바일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요금은 확인 1회당 1달러 수준을 검토 중이며, 관련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 9건을 출원해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데이비드 강(David Kang) 대표는 "서명은 사람이 자기 의지를 남기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라며 "편리하게 쓰고, 증거는 내가 갖고, 회사는 내 서류를 들여다보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