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우군’ 폭스뉴스, 트럼프 손절하나…“시청률 안 나온다”
중앙일보
2026.10.08 22:50
2026.10.08 22:58
지난달 9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텍사스 댈러스에서 폭스뉴스 기자인 재키 하인리히가 방송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미디어 우군’으로 꼽혀온 폭스뉴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생중계를 하지 않고 관련 보도 비중도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폭스뉴스가 공화당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닌 민주당을 홍보하고 있다며 연일 불만을 나타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 중인 전국 지원 유세를 최근 단 한 차례도 생중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경합지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연설했지만 폭스뉴스는 이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방송된 시사 프로그램 ‘폭스 앤드 프렌즈’에서도 관련 내용을 짧게 몇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폭스뉴스는 지난달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를 생중계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 행사에 대한 보도 비중을 눈에 띄게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 내부의 한 현직 진행자는 익명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가 예전만큼 시청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이 경영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2024년 대선 당시에는 상황이 달랐다.
폭스뉴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연설을 생중계했을 당시 중계가 시작된 뒤 시청률이 크게 뛰었지만, 최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장면에서도 기대만큼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보수층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송 흡인력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친공화당 성향으로 평가받는 폭스뉴스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노출이 공화당 후보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공화당 후보와 전략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노출이 경합 지역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은 최근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루스소셜에 폭스뉴스가 오하이오와 앨라배마,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에서 열린 자신의 유세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폭스뉴스에서 유세와 관련 보도를 보고 싶어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시청자들이 빠르게 채널을 떠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가 민주당과 진보 성향 인사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방송 시간을 주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최근에는 폭스뉴스가 공화당과 마가 진영이 아니라 민주당을 홍보하고 있다며 “완전히 방향을 잃었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폭스뉴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폭스는 여전히 보수 성향 시청자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과의 관계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유세가 충분히 방송되지 않는다며 직접 불만을 터뜨리고, 폭스가 실제로 생중계와 관련 보도를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두 측의 관계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