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상대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나토가 이탈리아에서 연례 핵 방어 훈련을 실시한다. 유럽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영국은 프랑스와의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이 무산된 독일에 새로운 방산 협력을 제안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토는 오는 13일부터 23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연례 핵무기 훈련인 ‘확고한 정오(Steadfast Noon)’를 실시한다. 이번 훈련에는 17개 회원국의 항공기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실제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으며 핵 억지력과 관련한 절차 및 동맹국 간 협력 체계를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토는 이번 훈련이 오래전부터 계획된 정례 훈련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최근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진행된다는 점에서 나토의 방어 태세와 억지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과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사이 수왈키 협곡 인근, 그르지비나 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철조망 울타리 옆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러시아는 나토가 지난 8월 자국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인근에서 훈련을 실시한 데 대해 위험하고 무모한 긴장 고조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러시아 영토로 러시아의 주요 군사 거점이다.
러시아는 지난주 나토에 보낸 서한에서도 회원국들이 칼리닌그라드를 고립시키려 할 경우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에 “핵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위협은 우크라이나전쟁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나온 심리전”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7월 21일 영국 판버러에서 열린 판버러 에어쇼의 GCAP 간판.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영국은 독일을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8일 독일 베를린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동한 뒤 “독일의 글로벌전투공중프로그램(GCAP) 참여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GCAP는 영국·일본·이탈리아가 2035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다.
독일은 당초 프랑스·스페인과 함께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 미래전투공중체계(FCAS)를 추진했지만, 사업 주도권과 기술 분담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지난 6월 공동개발 계획이 무산됐다. 독일의 GCAP 참여가 성사되면 영국·이탈리아와 유로파이터를 공동 개발했던 협력 관계가 차세대 전투기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독일 정부는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한편 프랑스와 독일의 차세대 전차 공동개발 사업인 주지상전투체계(MGCS)는 흔들리고 있다. 파비앵 망동 프랑스군 참모총장은 이날 “MGCS 결과가 좋지 않다. 독일이 이 프로젝트에서 빠지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MGCS는 독일의 레오파르트2와 프랑스의 르클레르 전차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체계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양국은 비용과 기술, 산업적 역할 분담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