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간 대 로봇’ 격투 경기에서 유튜버 프랭키 라페나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대결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람이 철창 안에서 격투를 벌이는 경기가 미국에서 열렸다. 강철로 제작된 로봇이 사람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까지 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안전성과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달 18일 열린 세계 최초의 ‘인간 대 로봇’ 격투 경기가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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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로봇과 인간 격투…주먹질에 손 다치기도
이번 행사는 로봇 격투 리그를 추진하는 기술 스타트업 REK(Robot Entertainment Kombat)가 주최했다. 키 167㎝의 유명 유튜버 프랭키 라페나가 서로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 3대와 차례로 맞붙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초청된 관중 약 100명이 참석했다.
출전 로봇 중 한 대는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살인 로봇 ‘T800’의 이름과 외형을 본떴다. 키 약 183㎝에 무게 90㎏인 이 로봇은 강철 골격과 해골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갖췄다. 발차기 힘은 385㎏에 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경기 당시 라페나는 헬멧과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팔각형 철창 안으로 들어섰다. 로봇들은 인공지능(AI)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가상현실(VR) 장비를 이용해 원격 조종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라페나가 로봇을 여러 차례 넘어뜨리는 등 대체로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로봇은 쓰러진 직후 다시 일어났지만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느려 공격을 피하기 어렵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인간 대 로봇’ 격투 경기. 사진 유튜브 캡처
반격에 나선 로봇이 라페나를 발로 걷어차거나 철창 벽까지 몰아붙이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라페나는 로봇의 금속 몸체를 주먹으로 때리다 손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이 쓰러져 경기장 밖으로 옮겨질 때는 관중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라페나는 경기에 앞서 사망하더라도 주최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면책 동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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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 “무허가 격투 경기”…주최 측 “로봇은 규제 대상 아냐”
논란이 커지자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REK에 행사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프로·아마추어 복싱과 킥복싱 및 종합격투기(MMA)를 관리하는 이 위원회는 사람이 참여하는 격투 경기나 시범 행사를 개최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가 없이 행사를 홍보하거나 개최하고 참여하는 행위는 경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REK는 현행 규정이 인간과 로봇의 대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식스 리브 REK 최고경영자(CEO)는 당국의 서한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며 법률상 격투 시합이 사람 간 대결로 규정돼 있다며 인간과 로봇의 경기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리브는 “누구도 다치지 않고 유혈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종합격투기를 대중화하겠다”며 휴머노이드끼리 싸우는 새로운 스포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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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계속 주먹 휘두르면 피하기 어려워”…안전 우려 확산
로봇이 사람을 직접 공격하는 장면을 두고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인공지능이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영화 속 살인 로봇을 연상시키는 격투 장면이 현실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켄 골드버그 교수는 “사람들이 로봇에 두려움과 좌절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같은 경기 영상에 열광한다”며 “사람들은 인간이 로봇의 기어박스를 걷어차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상 로봇이 주먹을 날리도록 프로그램되면 (인간은) 거기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REK는 이번 경기 영상이 회사가 온라인에 공개한 콘텐츠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조회 수 60만회를 넘어섰다. 다만 REK는 인간과 로봇이 맞붙는 경기를 다시 개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서 칼날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끼리 격투를 벌이는 새로운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