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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 22만개 받았다…비만약 ‘성지’ 가보니 ”30초면 처방“

중앙일보

2026.10.09 00:54 2026.10.0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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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의원 대기실에 여성 10여명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만치료제 처방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름이 불려 진료실에 들어간 환자가 다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0초~1분 남짓이었다. 진료를 마친 환자들은 접수대에서 결제한 뒤 비만치료 주사제를 건네받아 의원을 나섰다. 별도로 약국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의원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원하는 용량과 기간을 이야기하면 처방해준다”며 “처방도 쉽게 해주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비만치료제 공급량에서 전국 상위권에 드는 의원 중 한 곳이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 주사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곳처럼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 의약품 공급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비만치료제 처방·판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의약분업 원칙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국내에 출시된 2024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공급량의 62%(192만373개)가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 등에 공급됐다. 약국에 공급된 물량은 38%(117만9849개)에 그쳤다.

마운자로도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전체 공급량의 56%(1005만5693개)가 의료기관 등에 공급됐다. 약국 공급 비중은 44%(795만1428개)였다. 두 제품 모두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하는 원외처방이 원칙이지만 실제 유통 물량은 의료기관 쪽이 더 많았던 셈이다.

의료기관 중에서도 의원급에 공급이 집중됐다. 의료기관 공급량 가운데 의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위고비 88.2%, 마운자로 92.4%에 달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각각 2.0%, 0.5%에 불과했다.

특정 의원으로의 쏠림은 더욱 두드러졌다. 비만치료제 ‘성지’로 이름난 수도권의 한 의원은 마운자로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21만9944개를 공급받았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154곳에 공급된 물량을 모두 합친 20만8016개보다 많았다. 의원급 의료기관 한 곳당 평균 공급량의 약 344배로, 하루 평균 603개씩 공급받은 셈이다. 이 의원은 위고비도 2만3124개를 공급받아 의원급 공급량 2위를 기록했다.

공급량 상위 10개 의원이 의원급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위고비 10.2%, 마운자로 14.5%였다. 두 제품 모두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도 6곳이나 됐다. 이들 6곳에 공급된 비만치료제는 107만637개로, 전체 의원급 공급량의 9.7%에 해당한다. 소아청소년과만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의원이 위고비 공급량 5위, 마운자로 4위를 기록했고 성형외과·피부과 의원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남 의원은 일부 의원에서 비만치료제를 직접 판매하는 행태가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스스로 투여하는 자가주사제는 원외처방이 원칙이며, 의료진이 직접 주사하거나 처음 사용하는 환자에게 투여 방법을 교육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원내 조제·판매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의사협회 등에 자가주사제 원외처방 원칙을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복지부 약무정책과 차원의 실태조사나 점검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 의원은 “위법한 원내 조제·판매는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의약분업 원칙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무분별한 원내처방을 막을 실질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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