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한화오션노조(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지회장이 지난 8일 거제사업장 1도크 크레인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 한화오션노조
K조선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호황을 맞았지만 함께 노를 저어야 할 노사는 갈등을 키우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김유철 한화오션노조(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지회장 등은 전날 거제사업장 1도크 크레인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불법 점거 행위는 결국 미래의 성과와 발판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크레인 위가 아닌 협상장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노사는 지난 6월부터 26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2일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사는 ▶월 기본급 12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일시금 1100만원+200% 지급 ▶성과급 지급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 등에 잠정 합의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조선업계 ‘빅3’ 가운데 삼성중공업만 지난달 임금협상을 마쳤다.
조선업계 임단협이 난항을 겪는 것은 호황의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눈높이 차가 커서다. 사측은 파격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강조하지만 직원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HD현대중공업의 잠정합의안에서 제시한 조합원 1인당 평균 지급규모는 4056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61만원 늘었다. 한화오션 측도 “동종사 수준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기본급 인상액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과거 불황기에는 고용 유지와 생존이 노조의 최우선 과제였지만 수주잔고가 늘고 수익성이 회복되면서 요구사항도 달라졌다. 반도체 등 다른 제조업계에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이어진 것 역시 조선업 종사자들의 기대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도 조선업계의 노사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화오션의 하청·협력업체 노조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본사 측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노사 모두 호황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찾아온 호황으로 직원들의 보상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워졌다”며 “여기에 하청노조와의 교섭 문제까지 더해져 노사 관계가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