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비 필라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이 9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법 포럼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엑스(X) 캡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나비 필라이(85)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이 9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이거 농담이겠지”라며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혔다.
BBC·CBS뉴스 등에 따르면 필라이 재판관은 독일에서 열린 뉘른베르크 국제법 포럼에 참석하던 중 수상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AI) 사무총장이 엑스(X)에 공개한 약 3분 분량의 영상에는 필라이 재판관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소감을 밝히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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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더 치면 트럼프와 상 나눠야”…수상 소식에 농담
필라이 재판관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박수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여러분이 만일 박수를 더 치면 내가 이 상을 트럼프와 나눠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갈채는 큰 의미를 갖는다”며 “왜냐면 대중이 ‘당신에게 자격이 있다’라고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상 받기를 원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고, 그래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 발언은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수상에 강한 의욕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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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말하는 데 왜 용기가 필요한가”…가자지구 조사도 언급
필라이 재판관은 인권 보호를 위해 함께 활동해 온 동료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게 된 데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인권을 지지하는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 상황이 (평화상 수상을 접하기에) 적절한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맡았던 가자지구 인권침해 조사 활동도 돌아봤다. 필라이 재판관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이스라엘에 관한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국제법 위반 의혹을 조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했던 일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보고한 것”이라며 “그 보고에 대한 제일 주요한 반응은 내 용기에 대한 헌사였는데, 왜 진실을 말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한지가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을 해석하고, 사실들을 바라보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85세 생일을 맞았다는 필라이 재판관은 “언제 멈출 거냐는 질문을 받고 있는데, 새로운 성과를 돕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을 마무리하면서는 “이게 농담이 아니길 바란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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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변호한 법률가…노벨위, ‘트럼프 대척점’ 인물 선정
남아공 출신 인권 변호사인 필라이 재판관은 평생 국제 인권 보호와 전쟁범죄 책임 규명에 힘써 온 법률가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시절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인권 운동가들을 변호했다.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재판관으로 활동했으며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지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수상자 발표에서 “필라이는 우리 시대 국제법 원칙을 수호해온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제법 질서가 흔들리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위원회는 “우리는 법적 체계와 정의에 대한 전 세계적 존중이 약화하고 (국제질서가) ‘힘의 정치’로 전환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서와 혼돈의 경계선을 지키는 판사들은 찬사받아 마땅하지만, 오늘날 바로 그 판사들이 제재받으면서 그들이 속한 기구도 공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과 검사 등 1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사실상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