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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자구름

Chicago

2026.10.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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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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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약 4세기경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물질을 계속 쪼개면 궁극적으로 원자(atomos)라는 더는 나뉘지 않는 상태가 된다고 생각했다. 자연과학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이었는데 그렇게 인류 최초의 원자론이 탄생했다. 그로부터 2,200년이 지나 영국의 존 돌턴이 원자는 더 쪼개지지 않는 딱딱한 구체 같다며 과학적 기반의 원자설을 주창했지만, 19세기가 막 저물 무렵 영국의 조지프 톰슨은 그런 원자 속에서 전자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더 쪼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원자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자와 다른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중에 밝혀졌는데 원자 질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핵이었다.
 
1911년 톰슨의 제자였던 어니스트 러더포드가 원자는 중앙에 양의 전기를 띠는 아주 무거운 물질이 있고 그 주위를 음전하를 지닌 전자가 마치 태양 주위에서 자기 궤도를 도는 행성을 포함한 태양계처럼 생긴 원자 모형을 생각했다. 몇 년 후 러더포드는 원자의 중앙에 있는 원자핵 속에서 양성자를 발견했다. +전하를 갖는 양성자는 -전하의 전자에 비해 아주 무겁다는 사실도 알았다. 지구 같은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태양계 모습에 익숙했던 우리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원자의 '태양계 모형'을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사이 대부분은 오래전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가 예견한 허공, 즉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였다.
 
그런데 러더포드의 태양계 모형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전자는 자신의 궤도를 따라 돌다 보면 점점 에너지를 잃게 되고 결국, 원자핵에 끌려 추락해야 한다. 공전하던 전자가 속력을 잃으면 당연히 나선형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핵에 충돌하는 것이 고전 물리학적 추측인데 전자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갑자기 궤도를 건너뛰었다. 이를 '양자 도약'이라고 하는데 뉴턴역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1913년 덴마크의 닐스 보어는 러더포드의 원자 모형을 조금 수정했는데 전자는 중심의 원자핵에 끌려 떨어지지 않고 안정된 궤도를 돈다고 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양자역학이 시작되었고 보어는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렇듯 양자의 세계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보고 추측하는 것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에너지는 조금씩 늘거나 줄거나 하지 않고 자신의 물리량 정수배만큼 변했다. 쉽게 말해서, 두 배면 두 배이고 세 곱이면 세 곱이지, 한 배 반이라든지 3.14배 같은 정수배가 아닌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에너지를 잃은 전자가 사잇길을 따라 하위 궤적으로 내려가지 않고 다음 궤적으로 점프했다. 전자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으면 상위 궤적으로 건너 뛰어 올라가고, 에너지를 잃으면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면서 잃은 에너지만큼 빛이라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다소 불완전하지만 그렇게 양자역학이 시작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전자의 궤도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전자가 원자핵 주위에 퍼져있는 상태를 확률로만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모양을 '전자구름'이라고 하는데 오비탈(Orbita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전자구름이 실제로 꼭 그렇게 생겼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쉽게 그릴 수 있도록 시각화한 것뿐이다. 당연히 전자구름이 짙은 곳에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높다. 고전물리학은 결정론에 기반을 둔 데 반해, 이렇게 양자역학은 확률에 의존한다. 백두산이 그 자리에 존재할 확률조차 99.999999⋯⋯%라고 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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