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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는 제대로 교육 받았나…한인들이 읽어야 할 ‘아메리칸 학원’

Atlanta

2026.10.09 14:54 2026.10.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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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 '좋은 교육' 실마리 찾아 한국·미국·호주 학원가 탐사
“학원은 컨트리 클럽 같은 청소년의 제3의 공간…
한국과 미국, 두 극단 사이 교육의 중도 찾아야”
신간 '아메리칸 학원'을 써낸 이민진 작가를 마이애미 북페어가 열린 데이드 칼리지에서 만났다. 장채원 기자

신간 '아메리칸 학원'을 써낸 이민진 작가를 마이애미 북페어가 열린 데이드 칼리지에서 만났다. 장채원 기자

한국계 소설가 이민진(58)이 ‘파친코’ 이후 9년 만에 새 소설 ‘아메리칸 학원'(원제 American Hagwon)으로 돌아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교육’을 디아스포라 연작의 세 번째 주제로 꺼내 든 이 작가는 앞선 두 편의 소설에서 그랬듯 변호사 출신 다운 철저한 증거 주의에 입각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650여페이지(영문판 기준)에 달하는 장대한 서사를 펼쳐냈다.
 
이야기는 1990년대 초반 서울 평범한 중산층 가족의 삶을 다룬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고씨 가족은 뜻하지 않게 이민 길에 오른다. 부부는 서울, 시드니, 캘리포니아를 옮겨 다니며 세 남매를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지난달 28일부터 책 홍보를 위한 월드투어에 나선 이 작가를 7일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소설 배경이 되는 한미호 3개국 학원가를 직접 누볐다. 의외의 발견이 있었나.
 
“평범한 한국 사람에게 사교육은 한국에 내린 저주이자 노년층 빈곤의 주원인이다. 특히 조부모 세대는 아이들이 왜 학원에 다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막상 학원을 방문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반응이 전혀 달랐다. 많은 학생들이 의외로 학원 다니는 것을 즐거워했다. 부모 몰래 수업에 빠지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거나 비디오게임을 하더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원의 긍정적 면을 그릴 수 있었다. 삶의 기반을 잃고 이국땅에 도착한 소설 속 인물들에게 학원은 낯선 세상을 안전하게 탐색하도록 돕는 완충지대다. 세대간 인식 차이를 발견한 뒤 상상력을 동원해 그 간극을 채워나갔다.”
 
이 작가는 학원을 ‘컨트리 클럽’에 비유했다. 어른들이 퇴근 후 회원제 클럽이나 단골 식당을 찾아 위로를 받듯 청소년도 집·학교가 아닌 제3의 공간이 필요한데 학원이 그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장채원 기자

장채원 기자

-현장에서 교육의 해법도 찾았는지.
 
“우리는 한미 양극단의 교육 시스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한국식 교육이 무조건 나쁘다는 접근은 틀렸다. 한국인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 덕분에 짧은 기간 내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다.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교육 시스템이 청소년과 가정,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책에서 내가 장경섭 교수의 ‘압축적 근대성(compressed modernity)’ 개념을 언급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작가는 한국 사회가 겪은 '압축적 근대성'이 높은 교육열을 낳았다고 본다. 그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국민들이 신자유주의적 경쟁에 휩쓸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와 경쟁하는 한국인들에게 영어 구사 능력은 필수 역량이 됐다. 하지만 학원의 도움 없이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그는 바라봤다.
 
“반면 미국은 교육 측면에서 정말 뒤쳐져 있다. 공립학교의 학생 만성 결석률은 충격적이다. 그래서 호주로 눈을 돌렸다.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고등교육 학자금 대출제도(HECS), 공립 직업기술학교(TAFE) 정책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우리도 그러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다.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교육 제도를 파악하느라 정말 골치가 아팠다고. “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다양한 사회 계층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동시에 그 답답함을 겪으며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소설의 인물들도 삶의 터전을 옮길 때마다 나와 똑같은 좌절감을 맛봤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 부모가 으레 거쳐야 하는 막막함과 굴욕감, 겸손함을 몸소 느꼈다.”
 
-왜 지금 한국계 미국인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자신이 받은 교육이 과연 올바른 방식이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학원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사교육이 워낙 논쟁적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교육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
 
책은 그가 수년 째 천착하고 있는 주제인 ‘지혜’와도 연관이 있다. 그는 “지혜란 복잡한 현실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라며 “미국 대학은 거의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누구와 결혼해야 할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디로 이사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도 가르치나? 학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나?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지혜를 배울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하다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어판은 오는 14일 출간된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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