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미군 기지 내 총기난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09년 미군 기지 총기난사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니달 말릭 하산에 대해 총살형을 집행하고 이를 생중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산의 사형 집행일은 12월 3일로, 생중계 방식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톰 틸리스 연방 상원의원은 X(엑스)에 “하산은 사형에 처해져야 하지만 대중에 공개하고 생중계하는 것은 극도로 역겨운 일”이라며 “공개 처형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같은 독재정권에서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존 커티스 상원의원과 오스틴 스콧 하원의원도 우려를 표명하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재고를 촉구했다.
유엔도 “정부가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또는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처형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개 처형은 잔혹하거나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생중계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9일 취재진 문답에서 하산에 대한 사형 선고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형 장면이 생중계된다면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실제로 (생중계가) 될지 모르겠다. 지켜보자”고 했다. 밴스 부통령의 언급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 인사가 국방부의 공개 처형 결정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보인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산에 대한 총살형이 정당하다면서 “그는 그런 처벌을 받을만 하다”고 했다. 다만 생중계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문제는 지금 결정 중인 것으로 안다”며 확답을 피했다.
정신과 군의관(소령)이던 하산은 지난 2009년 11월 5일 미 텍사스주 포트후드에서 근무하던 중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라고 외친 뒤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장병과 민간인 13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이슬람 신도인 하산은 당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앞두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생적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고, 이 사건은 미국 내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사형 제도 지지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이 권고한 하산에 대한 미 육군의 총살형 집행을 승인한 것으로 지난 5일 발표됐다.
미군이 자국 군인을 상대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1961년 4월 13일 미 육군 이등병 존 베넷을 강간·살인미수로 교수형에 처한 뒤 65년 만이다. 총살형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11월 9일 소총부대에 의해 집행된 게 마지막이다.
사형이 공개적으로 집행될 경우 이는 1936년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흑인 남성 레이니 베시아가 켄터키주에서 공개적으로 교수형에 처해진 이후 90년 만에 이뤄지는 공개 처형이다. 특히 하산의 사형이 생중계된다면 미국 당국이 사형 집행을 대중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된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