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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아껴 써라” 틀렸다…안 움직이면 관절염 더 악화

중앙일보

2026.10.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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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선의 즐거운 건강

단풍이 곱게 드는 가을이면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관절염이 있다는데 걸어도 되나요? 달리기는요?” 특히 무릎이 시큰거리는 60대라면 무릎을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산책마저 줄이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움직임을 줄이면 무릎 주변 근육은 금세 약해진다. 무릎 주변 근육이 약해지면 의자에서 일어나고 계단을 오르기가 버거워져 더 안 움직이게 되는 악순환이다.

움직임 줄이면 무릎 주변 근육 금세 약해져
무릎 관절염은 흔하다. 무릎 엑스레이(X선) 검사를 시행했던 201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연구에서 50세 이상 한국인의 35.1%, 여성은 44.3%가 관절염 소견을 보였다. X선 소견이 늘 통증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국류마티스학회가 올해 9월 공개한 진료지침은 운동을,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면 감량을 ‘강력 권고’했다. 유럽류마티스학회도 근력, 유산소, 유연성 운동 등을 각자의 몸 상태와 선호에 맞춰 점차 늘려 가라고 권했다. 관절염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1년간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군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환자군보다 통증과 기능이 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모든 성인에게 일주일에 이틀 이상 근력운동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대한민국 국민건강통계에서 일주일에 이틀 이상 근력운동을 한 성인은 27.3%에 그쳤다. 물론 운동이 기적의 치료는 아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운동이 평균적으로 통증과 기능을 개선한다는 결과는 분명 확인되었다. 목표는 연골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덜 아프고 잘 움직이는 것이다. 근력운동, 달리기, 체중 관리를 차례로 짚어 본다.

걸을 때 무릎을 지탱하는 핵심은 허벅지 앞쪽 근육(대퇴사두근)이다. 관절염이 없던 4만6000여 명을 2년 이상 추적한 연구들을 종합하자 이 근육이 약한 사람이 남녀 모두 관절염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미 관절염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는 3~6개월간의 근력운동이 통증과 기능을 중간 정도 개선했고, 근력이 더 많이 늘어날수록 기능이 좋아진 폭도 컸다.

의자에 앉아 무릎을 쭉 펴고 몇 초 버티기,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앉기부터 시작하자. 무릎이 붓거나 아프면 무릎을 편 채 허벅지에 힘만 주는 운동부터 시작하고, 운동 뒤와 다음 날의 통증과 부기를 보며 양을 조절한다.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도 함께 하자. 다만 운동할 때마다 통증이 되풀이되거나 점점 심해질 때, 쉬거나 밤에도 무릎이 아플 때, 몇 주가 지나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걷다가 무릎이 자꾸 꺾일 때는 운동을 늘리기 전에 전문의와 상의한다.

요즘 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달리기가 무릎을 닳게 한다는 걱정과 달리, 여러 연구를 모은 분석에서 고관절과 무릎의 관절염 비율은 취미로 달리는 사람(3.5%)이 달리지 않는 사람(10.2%)보다 낮았다. 원래 건강한 사람이 달렸을 수 있어 달리기가 관절염을 막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여가 수준의 달리기를 두려워할 이유는 적다. 관절염이 있으나 달리던 사람을 4년 동안 추적한 결과 달리기는 X선상 관절염 진행 및 새로 생긴 잦은 통증과 연관이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갑자기 나가 뛰라는 뜻은 아니다. 조심할 것은 부상이다. 초보는 꾸준히 달려온 사람보다 같은 시간 동안 부상이 훨씬 많았고, 한 번에 달린 거리가 최근 한 달의 가장 긴 거리를 조금만 넘어도 부상이 늘었다. 당장은 그 거리를 한 번에 넘지 않는 것이 보수적인 방법이다. 거리와 속도, 언덕을 한꺼번에 늘리지 말고 근력운동을 곁들이자. 달리다 무릎이 아프면 멈추고, 부으면 바로 진료받는다. 운동 뒤 일시적인 근육 뻐근함은 생길 수 있지만, 다음 날에도 평소보다 아프면 양을 줄이고 걷기나 물속 운동으로 바꾸며, 되풀이되면 진료받는다.

체중 1㎏ 줄면 무릎 누르는 힘은 4㎏ 줄어
걸을 때 무릎에는 체중보다 큰 힘이 실린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고령 관절염 환자 연구에서는 체중이 1㎏ 줄어들 때 걸음마다 무릎을 누르는 최대 힘은 약 4㎏만큼 줄어드는 관계가 관찰됐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관절염 환자 454명을 무작위로 나눠 18개월 동안 비교한 미국 연구에서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함께 한 군이 체중이 가장 많이 줄고 통증도 가장 적었다. 식단만 한 군은 체중이 꽤 줄었지만, 통증은 운동만 한 군과 비슷했다. 여러 연구를 묶은 분석에서는 체중의 7% 이상을 줄였을 때 통증 개선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다만 나이가 들어 체중을 감량하면 근육과 뼈도 함께 빠지기 쉽다. 비만인 고령자를 무작위로 나눈 연구에서 감량 중 근력운동을 곁들인 군은 유산소 운동만 한 군보다 그 손실이 적었다. 정상 체중이거나 잘 먹지 못하는 허약한 고령자라면 감량보다 영양과 근력을 먼저 챙긴다.

다시 강조하지만 관절염의 첫 번째 약은 운동이다. 다만 통증이 매우 심하거나 무릎을 움직이거나 체중을 싣기 어려울 때, 심하게 붓거나 모양이 변했을 때, 무릎이 걸려 펴지지 않거나 힘없이 꺾일 때, 고열이나 오한과 함께 무릎이 붉거나 뜨거울 때는 운동을 멈추고 바로 진료를 받는다는 것만 명심하자.

최병선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무릎 관절염과 스포츠 손상을 진료하며 연구한다. 환자와 의사가 함께 치료를 정하는 공유의사결정을 연구하고 진료실에서 실천하며, 연구 근거를 일상의 무릎 관리로 잇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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