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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엔 “감사”, 젤렌스키엔 “새 대통령 필요”…트럼프 ‘경유 딜’ 파장

중앙일보

2026.10.1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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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대러 제재를 일시 면제하고 러시아산 디젤을 수입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거취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미 야당과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은 ‘경유 딜’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포트 캠벨에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포트 캠벨에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유세를 위해 테네시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에 대해 “그는 수많은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결코 그러지 않았다. 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세울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새 대통령을 맞을 때라고 생각한다”면서다.

트럼프는 그간 경유 가격 상승의 책임을 젤렌스키에 돌려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해 세계적으로 경유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논리였다.

트럼프는 이날도 젤렌스키에 대해 “그는 전 세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한다. 디젤 연료 문제로 우리 농민과 목축업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를 상대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도 좋다. 다만 정유 시설은 타격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런데 그가 어떻게 했느냐. 기어이 디젤(시설)을 타격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미 측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정유 시설은 공습하지 말라는 요청을 여섯 차례나 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미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가 러시아로부터 경유를 들여오는 결정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푸틴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 30만t 이상을 즉시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러시아가 11월 50만t, 이후 100만t과 추가 300만t을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를 “엄청난 거래(big deal)”로 표현하며 “솔직히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AP는 “미국인들은 물가 상승의 책임을 트럼프에게 돌리고 있으며, 그의 이란 관련 대응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 가격 상승이 젤렌스키 탓이라는 트럼프의 문제의식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 AP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달 24~28일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69%는 이란전이 싸울 가치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높은 물가의 책임이 트럼프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보다 그의 정책에 있다고 답한 비율도 65%에 이르렀다.

트럼프와 푸틴의 거래는 국내외적으로도 큰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는 발표 직후 엑스(X, 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위태로워진 정치적 운명에서 벗어나려 악마와 거래했다”며 이를 “더러운 거래”로 불렀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는 것은 러시아가 전쟁을 치를 수입을 더 얻게 해주는 것”이라며 “지금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때가 아니다. 유럽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와 직접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총리실은 “버넘 총리는 영국이 계속해서 대러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도 AFP 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대러 제재 유지 입장을 확인하며 “우크라이나의 자력 방위를 위한 분투에 독일의 지원은 흔들림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푸틴의 경유 합의가 이뤄진 이튿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자포리자를 공습했다. 이로 인해 6세 여아 등 어린이 3명을 포함한 20명이 숨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새벽 여러 장소를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했다.

젤렌스키는 “오늘 러시아는 자포리자의 주거용 건물에 활공폭탄 5발을 투하하는 것으로 디젤 수출 제재 해제에 감사를 표했다”며 트럼프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는 관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의 최근 공습은 전쟁 종식을 위한 공동 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당국자들이 9일 마이애미에서 미국 측 협상단과 회담을 가진 직후 발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회담이 진행되는 도중 디젤 거래 타결을 발표했으며, 젤렌스키는 이 조치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이 허를 찔렸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또 “이번 공격은 이번 주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세 번째 공습”이라며 “지난 7~8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 약 80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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