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0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도 장기 국채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에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다. 장기 국채 보유에 따른 추가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은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Fed가 추가 인상을 서두르지 않아도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비용은 높아지는 ‘금리의 역설’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5.243%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장중 5.364%까지 치솟으며 2002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소 내려왔다. 30년물 금리도 5.6%대에 머물렀다. 국채 입찰에서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기간 프리미엄의 급등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추정 모형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최근 1%포인트(100bp, 1bp=0.01%)에 육박하며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2주 사이 약 40bp 올랐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장기 국채를 보유하면서 물가 상승이나 금리 변동 등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이다. 미국 국채금리는 보통 미래 단기금리에 대한 예상과 기간 프리미엄에 따라 결정된다. 가령 향후 단기금리의 평균 예상치가 4%이고 기간 프리미엄이 1%포인트라면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5%가 되는 식이다. Fed의 동결 전망이 커져도 투자자들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면 장기금리는 오를 수 있다.
기간 프리미엄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의 재정 부담이 있다.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확실성도 커졌다. 특히 미국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 차이는 이번 주 약 37bp까지 벌어졌다. 만기가 긴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다.
알렉스 모리스 F/m인베스트먼츠 공동창업자는 9일 로이터에 “투자자들은 미국의 장기 재정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30년물보다 10년물을 선호한다”며 “사실상 미국 재무부에 재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투자도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구축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려고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7일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민간 채권 발행이 국채금리와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장 평가가 소개됐다. 대다수 참석자는 연내 추가 인상이 적절하다고 봤지만 10월 즉각 인상 필요성은 구체적으로 시사하지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일 기준 10월 동결 확률은 약 8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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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뜻대로 안 움직이는 장기금리…가계·기업·정부에 부담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도 상승해 실물경제에 부담을 준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장기 자금조달 금리에 영향을 준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 통계를 보면 지난주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49%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신청도 전주보다 4.2% 감소했다.
기업은 차입 비용이 높아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한다. 이자 부담 증가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지고, 국채를 추가 발행하면서 금리 상승의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한국 국고채 금리와 달러당 원화값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높아진 금리가 국채 매수세를 자극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7일 미국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2.77배를 기록했고, 8일 30년물 입찰에서도 2.54배로 양호한 수요가 확인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14일 발표될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옮겨가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에도 금융여건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Fed가 통화 긴축에 대한 경계감을 빠르게 낮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물가지표와 Fed 위원들의 발언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차 자극할 경우 12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면서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