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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돈 굴리면…은행 수익 100조 증발, 78곳은 적자로

중앙일보

2026.10.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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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고 잘 몰라서 낮은 금리를 감수한 채 은행에 묵혀둔 돈을 인공지능(AI)이 알아서 고금리 계좌로 옮겨준다면 아낄 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 미국 은행 500여 곳을 따져보니 연 100조원이 넘었다. AI가 ‘답하는 도구’에서 ‘돈을 움직이는 대리인’으로 진화하면 고객에게 다시 돌아갈 돈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일 “은행이 종말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 은행 500여 곳의 AI발 추가 부담을 이같이 추산했다. 저축예금 3조8000억 달러가 AI의 조언을 따라 연 4% 금리를 찾아 움직이면 은행이 치를 추가 이자비용은 연 790억 달러(약 105조원)에 달한다. 500여 개 은행 중 32개는 순이익 전부가 사라질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AI가 입출금 계좌에서도 최소 금액만 남기고 나머지 전부 연 4% 상품으로 옮긴다면, 최대 78개 은행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7일 AI발 예금 이동으로 미국 은행권에서 최대 5000억 달러(약 670조원)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소비자의 ‘게으름세(laziness tax)’에 기대온 금융권에 AI란 변수가 나타났다. 지난달 등장한 메타의 ‘뮤즈’는 은행 계좌를 연결해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 사용자 승인하에 해지하거나 갈아탄다. 오픈AI의 ‘닷츠’는 자체 클라우드 컴퓨터를 통해 사용자가 자리를 비운 뒤에도 맡겨둔 일을 계속 처리한다.

한국에서도 ‘게으른 돈’을 깨우려는 실험이 시작됐다. 지난 2월 시작된 금융위원회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선 지정된 사업자가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소득과 신용점수 등을 살펴보고, 은행에 자동으로 금리 인하를 요청한다. 올해 7월까지 16만2000명이 혜택을 받아 총 1003억원, 1인당 평균 61만원의 이자를 아꼈다. 앞으로 채무조정, 대환대출, 정책자금 신청, 숨은 보험금 청구 등으로 역할이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에도 ‘잠자는 예금’은 많다. 지난 7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저축예금과 요구불예금 잔액은 약 681조원에 달한다. 한국인은 AI를 금융·투자에 쓰는 비중이 유독 높아 금융 AI 에이전트의 성장 발판도 크다. 11일 중앙일보가 생성형 AI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이 공개한 경제지수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한국에서 관측된 클로드 이용 중 ‘투자 리서치’ 비중은 3.50%로 통계가 공개된 79개국 중 1위였다. 상위 항목인 ‘매수 및 투자’ 역시 4.42%로 10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아직은 AI에 “어디에 투자할까”를 묻는 단계지만, 실행권이 뒷받침되면 AI가 금융상품 비교부터 신청, 거래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시대가 한국에서 열릴 수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다만 법과 제도는 ‘행동하는 AI’를 아직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은 금융거래 때 본인 확인과 결제수단 관리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성형 AI 산출물의 작동 로직이 불투명해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신뢰성과 윤리 기준, 전문성을 담보하긴 아직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권 해킹 사태에서 드러났듯 안전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문종현 지니언스 시큐리티센터장은 “AI가 AI를 상대하는 시대인 만큼 AI에 어디까지 권한을 주고, 사람이 어떻게 통제할지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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