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에서 투표 시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는 주민발의안 ‘프로포지션 39’에 억만장자들의 거액 후원금이 몰리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가주에서 투표할 때 정부 발급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는 주민발의안에 억만장자들의 거액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타주 공화당 거액 후원자들이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은 데 이어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도 8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는 오는 11월 선거에 상정된 주민발의안 ‘프로포지션 39’ 찬성 캠페인에 8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게비아의 가주 정치 캠페인 기부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프로포지션 39는 투표 시 운전면허증 등 정부 발급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우편투표의 경우 투표용지에 사회보장번호(SSN) 끝 네 자리 또는 정부 발급 신분증 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현재 가주는 유권자 등록 시 신원 확인 정보를 요구하지만, 실제 투표할 때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발의안에는 타주 억만장자들의 자금도 집중되고 있다.
NBC LA는 최근 일리노이주 억만장자 리처드 유라인이 찬성 캠페인에 17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포장재 공급업체 유라인(Uline)의 창업자인 그는 공화당의 대표적인 거액 후원자다.
남가주 사업가 스티븐 브레이도 캠페인에 300만 달러 이상을 대출 형태로 지원하고, 별도로 5만 달러를 기부했다. 암호화폐 사업가인 윙클보스 형제는 각각 25만 달러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대선 러닝메이트였던 니콜 섀너핸은 37만 달러를 후원했다.
억만장자들의 거액 후원 배경에는 전국적인 선거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가주에서 신분증 제시 의무화에 대한 지지도를 시험한 뒤 다른 주로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소노마주립대 데이비드 맥쿠언 정치학 교수는 가주에서 예상보다 높은 찬성률이 나오면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도 유사한 발의안이 추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의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투표 규제 강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공화당 소속 칼 드마이오 가주 하원의원이 주도했으며, 그가 설립한 보수단체 ‘리폼 캘리포니아’가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모아 투표에 상정했다.
지난 6월 2일 예비선거 당시 LA한인타운 앤더슨 멍거 패밀리 YMCA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강한길 기자
찬성 측은 신분증 확인이 부정선거를 막고 선거 신뢰도를 높이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전국 36개 주에서 이미 투표 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요청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저소득층 등 일부 유권자의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가주 유권자의 약 90%가 우편투표를 이용하는 만큼, 신분증 번호 기재 의무화가 투표용지 무효 처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 진영에도 거액의 후원금이 몰리고 있다. 가주 민주당이 약 550만 달러, 그라톤 랜체리아 원주민 부족이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의 아내 패티 퀼린 등 민주당 거액 후원자들도 가세했다.
한편 최근 여론은 찬성 측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가주공공정책연구소(PPIC) 조사에서 발의안 찬성률은 43%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