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은퇴를 코앞에 둔 60대 중반의 한 고객이 평생 나오는 연금을 알아보고 싶다고 찾아오셨다. 목돈의 일부를 떼어 두었다가 3년쯤 뒤, 일을 완전히 놓는 시점부터 매달 생활비가 들어오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흔한 상담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상담에서, 서류 몇 장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다가 1년치 연금에 해당하는 차이가 드러났다.
평생연금 기능이 붙은 어뉴이티 상품들은 대개 비슷한 원리로 움직인다. 목돈을 맡겨 두고 몇 해 기다렸다가 인컴을 개시하면, 그때의 나이에 해당하는 지급률을 적용해 평생 받을 금액이 정해진다. 한 살이라도 더 기다렸다가 시작할수록 지급률이 올라가고, 한 번 정해진 금액은 돌아가실 때까지 줄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거의 모든 회사가 같다.
차이는 엉뚱한 곳에서 생긴다. ‘한 살 더 먹었다’고 인정해 주는 시점이 회사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대다수 상품은 계약일(Contract Date)을 기준으로 삼는다. 계약일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나야, 그때부터 높아진 지급률을 적용한다. 계약서에 Issued date으로 찍힌 날짜가 그 기준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평생연금 어뉴이티는 계약자의 생일을 기준으로 지급률을 계산한다. 생일이 지나 나이가 한 살 올라가는 순간, 그 나이에 해당하는 높은 지급률이 곧바로 적용된다. 말로만 들으면 사소한 차이 같다.하지만 이 차이는 숫자로 곧장 드러난다.
이분의 계약일은 9월 중순이고 생일은 이듬해 2월이었다. 3년 뒤에 연금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었으니, 계약 기념일을 기준으로 하는 상품이라면 꼬박 36개월을 기다려 세 번째 계약 기념일이 돌아오는 9월이 되어야 원하는 지급률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생일 기준 상품에서는 2월 생일이 지나는 즉시 같은 지급률이 적용된다. 약 29개월, 그러니까 일곱 달 가까이가 앞당겨지는 셈이다.
진짜 차이는 그 다음에 나온다. 이 고객의 경우 2월 생일이 지난 직후인 3월부터 개시하면, 계약 기념일인 9월까지 남은 여섯 달 동안 1년치 금액을 모두 받게 된다. 100만 달러를 맡겼고 해당 나이의 지급률(3년후) 10.09%을 적용, 연 $100,900달러, 이를 여섯 달로 나누어 매달 $16,816달러가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9월에 새 계약연도가 시작되면서 다시 $100,900달러가 열 두 달로 나뉘어, 매달 $8,408달러씩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 지급된다.
계약 기념일을 기준으로 하는 일반적인 상품이었다면, 3월부터 8월까지 그 여섯 달 동안 이 돈은 존재하지 않는다. 9월이 되어서야 첫 달치 $8,400달러가 나온다. 결국 생일 기준 상품을 선택한 것만으로 1년치 연금, $100,900달러를 통째로 더 받게 되는 것이다.
앞당겨 받은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효과는 더 커진다. 소셜 시큐리티는 수령을 70세까지 미룰수록 평생 받는 금액이 늘어나지만, 그때까지 버틸 생활비가 마땅치 않아 62세나 66세에 앞당겨 받기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연금이 몇 달 일찍, 그것도 첫 해에 두 배 가까운 금액으로 들어온다면 그 기간을 건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눈앞의 1년치 차이가 평생의 소셜 시큐리티 금액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준비는 평생연금을 은퇴 계획의 한 축으로 이미 받아들인 다음에야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평생연금이라는 준비가 왜 필요한가?
우리는 오래 사는 시대를 살고 있다. 65세까지 건강하게 도달한 분이 90세를 넘기는 것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아무도 자신이 몇 살까지 살지 모른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