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에 내린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한화 측은 공정위가 영장 없이 직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열람하고 보관조서도 교부하지 않은 채 30시간 동안 기기를 보관했으며 동의 없이 진술을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명령을 그대로 집행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본안 판단 전의 집행정지일 뿐이며 공정위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따라서 조사의 위법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개별 기업의 사건을 넘어 행정조사 과정에서 법원의 사전 통제가 필요한지에 관한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가 피조사자의 동의를 받아 이뤄지며 검찰의 압수수색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현장 진입을 저지하거나 지연시키고, 자료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부할 경우 처벌이 뒤따를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동의를 온전한 자발적 동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강제력이 수반되는 조사에 법원이 관여할 사전 통제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검찰의 강제수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거치지만, 공정위 현장조사는 사후에 적법성을 다투는 방식에 의존한다. 특히 직원의 휴대전화에는 업무자료뿐 아니라 사적인 대화와 제3자의 정보, 영업비밀 등이 함께 저장돼 있다. 조사관이 이를 열람한 이후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이미 노출된 정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이번 결정에서 법원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언급한 것도 이러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
공정위가 담합이나 부당 내부거래처럼 은밀하게 이뤄지는 위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기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조사의 실효성이 적법절차를 생략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적법절차가 준수될 때 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이후 소송에서의 법적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
모든 현장조사에 영장을 요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 휴대전화 열람이나 장시간 기기 보관처럼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크고 되돌리기 어려운 조사 방식에는 법원의 사전 허가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전통지 예외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법에 명시된 변호인 조력권이 조사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는 국회와 공정위가 함께 검토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