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안필드에서 세 골을 터뜨렸다. 개막 6연승을 달렸고, 선두 자리도 지켰다. 그런데 이 승리가 우승 경쟁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맨체스터 시티의 시즌이 징계라는 거대한 변수 앞에 멈춰 있다.
영국 'BBC'는 12일(한국시간) 맨시티의 리버풀전 승리를 조명하며 "맨체스터 시티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불확실성에 빠진 프리미어리그에서 그 메시지가 얼마나 무게를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이날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리버풀과 맞대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후반 엘링 홀란, 제레미 도쿠, 라얀 셰르키가 연이어 골을 터뜨리며 적지에서 완승을 거뒀다.
평소라면 우승 후보의 위력을 확인한 경기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맨시티는 개막 6연승으로 선두를 유지했고, 추격자들과 격차를 벌릴 힘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기 결과보다 그 결과가 끝까지 유효할지가 더 큰 질문으로 남았다.
BBC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맨시티가 2009-2010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재정 규정을 위반한 혐의 가운데 114건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은 뒤 치른 첫 경기였다. 맨시티는 해당 판단에 항소한 상태다. 강등이나 역대 최대 규모의 승점 삭감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종 처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첫 상대가 리버풀이었다는 점도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리버풀은 2013-2014시즌, 2018-2019시즌, 2021-2022시즌 맨시티에 밀려 준우승했다. 일부 리버풀 팬들은 맨시티가 규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당시 우승의 주인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필드는 경기 시작 전부터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맨시티 선수들은 직원과 외부 작업자들이 사용하는 출입구를 통해 경기장에 들어왔다. 선발 명단이 발표될 때는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관중석에는 "한 세대의 팬들이 속았다", "결국 너희는 우리 모두의 것을 빼앗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양 팀을 반씩 나눈 응원 머플러에도 맨시티를 조롱하는 이름과 함께 '사기꾼들'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맨시티 팬들은 구단 수뇌부에 대한 지지로 맞섰다. "우리는 칼둔을 믿는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겼다"는 깃발로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을 응원했다. 과거 하부리그 시절부터 이어진 응원 문화인 바나나 모양 풍선도 수백 개 등장했다.
BBC는 맨시티가 가까운 미래에 다시 하부리그에서 이 풍선들을 흔들게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그라운드에서는 맨시티가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라이언 흐라벤베르흐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잡았고, 홀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세 골을 몰아쳤다. 안필드의 거센 분위기를 견딘 맨시티는 마지막에는 여유 있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종료 후 홀란은 아버지 알프잉에 홀란을 비롯한 원정 팬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레스카 감독도 주먹을 쥐며 기쁨을 드러냈다. 반면 안필드에서는 플리트우드 맥의 '리틀 라이즈(Little Lies)'가 흘러나왔다. BBC는 이를 맨시티를 향한 마지막 항의 메시지로 해석했다.
마레스카 감독은 선수들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음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에서 이기며 우리만의 소리를 내야 한다. 주변의 소음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메시지는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 손에 달려 있지 않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경기 계획과 매일의 훈련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만, 나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홀란도 팀의 결속을 강조했다. 그는 "맨시티의 모든 구성원과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멋진 순간이다. 힘들었지만 우리는 수비부터 공격까지 놀라운 정신력을 보여줬다.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강하게 버티고 함께 뭉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축구를 하고 함께 싸우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문제는 승리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불확실성이다.
BBC는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번 프리미어리그 시즌은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안필드에서 이 정도로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면 결과 자체로 평가받아야 하지만, 지금은 모든 승리와 순위표에 일종의 '별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리버풀과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스티븐 워녹도 BBC 라디오를 통해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녹은 맨시티 선수들의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팀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의문을 함께 제기했다. 그는 "개개인이 뛰어나고 훌륭하기 때문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그 팀이 구성된 방식은 올바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웨인 루니는 승점 삭감을 경험한 지도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봤다. 루니는 "더비 카운티를 이끌 때 승점 삭감을 겪어봐서 어떤 상황인지 안다.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했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과 상대 팬들이 만드는 소음은 선수들을 더 성공에 굶주리게 할 수 있다. 시즌 막판에는 우승을 위해 싸울 수도 있고, 강등을 피하기 위해 싸울 수도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나"라고 덧붙였다.
맨시티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날 때 리버풀 팬들은 "너희는 강등될 것"이라고 외쳤다. 맨시티 팬들은 자신들의 오래된 응원 구호인 "우리는 사실 여기 없다"로 응수했다.
안필드에서의 승리는 분명했다. 그러나 맨시티가 쌓는 승점이 우승 경쟁의 발판이 될지, 징계 이후 잔류 싸움의 버팀목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BBC는 맨시티가 추격자들을 따돌릴 기세를 보이고도 "최종 목적지가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