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세계에서 복지가 가장 좋은 나라라고 배웠다. 어린 마음에 깊은 인상으로 남았고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 스웨덴에 마침내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화장실을 찾았을 때, 남녀 공용 화장실을 보고 잠시 놀랐다. 낯설었지만, 이 나라가 가진 문화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장면처럼 느껴졌다. 내 앞에 한 여성이 먼저 들어갔고, 내 뒤에도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잠시 후에는 이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데 물비누가 나오지 않아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여성이 친절하게 다른 쪽에 세정제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순간, 남녀가 서로를 불편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이 이 나라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장소에서 여자 화장실의 줄은 길고 남자 화장실은 비어 있을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런데 스웨덴처럼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이라면 이런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모두가 더 편안해지고, 불필요한 불균형도 줄어들 것 같았다.
우리의 인식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사실 비행기 안에서는 남녀가 같은 화장실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그 연장선으로 생각해 보면, 공공장소에서도 남녀가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낯선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고정관념을 조금만 열어 둔다면, 이런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은 신체 구조상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이 편할 수 있다. 시트를 올리지 않고 변기를 사용하거나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고 나오면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런 상태에서 여성이 들어간다면 더욱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사람을 위해 깨끗하게 사용하고 나오는 기본적인 배려일 것이다. 서로를 생각하는 작은 실천이 공공 공간의 문화를 더 편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의 남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앉아서 소변을 보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한다. 처음부터 몸에 밴 습관이기에 그들에게는 이 방식이 어색하거나 불편한 일이 아니다.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셈이다.
스웨덴은 남녀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나라처럼 보였다. 그런 문화는 화장실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이 보편화되어 있어 모두가 동등하게 편안함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나라가 왜 사회적 배려와 남녀평등을 중시하는 국가로 평가받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