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모(43)씨는 요즘 증권사 앱을 매일 켠다. ‘커피값이나 벌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출석체크와 퀴즈가 일상이 됐다. 쿠팡에서 장을 볼 때도 증권사 앱을 거쳐 결제해 포인트를 챙긴다. 이렇게 모은 자투리 돈으로 국내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사들인다. 황씨는 “내 돈을 들이지 않고 투자자금이 생긴 셈인데, 주식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셔터스톡]
40~50대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확산하고 있다. 쇼핑이나 퀴즈로 한 푼 두 푼 모은 포인트까지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데다 상반기 상승장에서 주식을 사느라 추가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12일 키움증권은 지난달 말 기준 ‘키움포인트’ 이용자가 약 104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쇼핑과 투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인데, 시작한 지 1년8개월 만에 100만 명이 넘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에서 출석체크나 퀴즈에 참여해 포인트를 모을 수 있고, 앱을 거쳐 쿠팡에서 쇼핑하면 결제액의 2%를 적립 받는다. 최근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추천 브랜드를 구매해도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경로를 꾸준히 넓히는 전략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적립 포인트의 약 73%가 현금으로 전환됐다”며 “이를 주식·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에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포인트를 한 푼 두 푼 모아 투자하는 데는 젊은층보다 중장년층이 더 열정적이다. 키움포인트만 해도 이용자 연령대는 40~50대가 주력이었다. 40대가 28.9%, 50대가 24.9%로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30대(19.7%), 60대 이상(11.7%), 20대(11.6%)가 뒤를 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4050세대는 주식 투자의 주요 고객층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노후 준비와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과거보다 모바일 앱 사용에도 익숙하기 때문에 일상 속 앱테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쇼핑과 출석체크 등으로 모은 포인트를 주식 투자에 활용하는 ‘짠테크’가 확산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포인트 적립 경로를 넓히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각 증권사 제공
하나증권도 지난 7일 ‘쇼핑적립’을 출시했다. 앱을 거쳐 쿠팡과 마켓컬리에서 쇼핑하면 결제액의 각각 3%, 4%를 포인트로 돌려준다. 포인트는 주식 매수 쿠폰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증권 앱에 ‘쇼핑플러스’를 도입해 제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결제액의 최대 10%를 우리금융그룹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꿀머니’로 적립해준다.
KB증권은 아예 외부 앱으로 눈을 돌렸다. 증권사 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쇼핑·포인트 앱에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임베디드 금융’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달 21일부터 OK캐쉬백 앱에서 계좌 개설과 국내·해외 주식 거래,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졌다. OK캐쉬백 포인트를 증권계좌 예수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확산한 앱테크가 증권업계에서도 고객 유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증권사가 잇따라 쇼핑 혜택 등을 강화하는 것은 고객의 앱 방문을 늘리고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조대헌 하나증권 AI디지털전략본부장은 “쇼핑적립은 손님의 일상적인 소비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쇼핑과 금융을 연결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소수점 거래 확산도 자투리 돈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식 한 주를 통째로 사지 않고 원하는 금액만큼 쪼개 살 수 있어 적은 돈으로도 고가주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 상승세 속에 주가가 50만원 이상인 국내 종목은 2024년 말 4개에서 이날 기준 17개로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21곳, 국내 주식이 가능한 곳은 9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