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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 없애기보다 다시 짜야… ‘올림픽 기준·출전 요건·복무 방식’ 세 갈래 손질론

중앙일보

2026.10.1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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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이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자랑했다. [MBC 캡처]

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이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자랑했다. [MBC 캡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후폭풍으로, 정치권과 국방부는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점진적 축소 및 궁극적 폐지”에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 아마추어 종목 선수는 “프로 무대가 없는 우리에게 AG 금메달은 선수 생명의 마지막 호흡기”라고 호소했다. 반면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현실에서 ‘메달 하나로 군 면제’라는 공식을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의 제언을 종합하면 개편 방향은 세 갈래로 모인다. ▶특례를 줄 ‘기준’을 높이고, ▶받을 ‘자격’을 엄격히 하고, ▶면제 대신 ‘복무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는 “아시아 레벨의 인재를 국가 인재로 부를 수는 없기에 AG 병역특례는 사라지는 게 타당해 보인다”며 “올림픽 동메달 이상으로 단순화하는 게 국민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4분만 뛰고 병역혜택을 받은 김기희(가운데). 중앙포토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4분만 뛰고 병역혜택을 받은 김기희(가운데). 중앙포토

다만 올림픽 하나만 잣대로 삼으면 빈틈이 생긴다. 축구 월드컵,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테니스·골프 메이저대회처럼 올림픽 이상의 위상을 지닌 대회와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진다. 기준을 ‘올림픽 메달 이상’으로 높이되, 종목별로 그에 맞먹는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의 성과를 인정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기준을 높여도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 때 김기희가 4분만 뛰고 병역 면제를 받은 ‘무임승차’ 논란은 그대로 남는다. 단체 종목은 메달을 땄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금메달을 뜻하는 ‘쇠 금(金)’자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들. 딱 이번에 병역혜택을 받은 16명이다. [뉴스1]

금메달을 뜻하는 ‘쇠 금(金)’자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들. 딱 이번에 병역혜택을 받은 16명이다. [뉴스1]

‘마일리지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단판 대회의 ‘로또성 특례’ 대신 여러 대회의 누적 성과를 점수로 매기자는 취지인데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여러 종목의 업적을 정량화하는 순간, 수십 개 종목 간 기준을 두고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준점이 100점이라면 99점 탈락자의 형평성 시비는 물론, 점수를 채우려는 군소 대회 출전 꼼수, 나아가 승부 담합 유혹까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셋째가 가장 근본적인 변화다. 특례를 ‘면제’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복무’로 바꾸자는 것이다. 정 위원은 “복무 기간을 6개월 줄여 주되 1년간 풀타임으로 의무 복무하게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2차 세계대전에 조종사로 참전한 뒤 복귀해 메이저리그 MVP에 오른 테드 윌리엄스, 공군 복무를 마친 차범근을 전례로 들었다. 현대 스포츠에서 1년 공백은 치명적이라는 반론이 있지만, ‘병역을 면제받는 사람’과 ‘병역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사람’은 국민이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르다.

입영 연기와 국군체육부대(상무) 확대를 함께 손보는 방안도 거론된다. 튀르키예 등 해외 사례처럼 35세까지 입영을 미뤄 전성기를 지켜 주고, 은퇴 뒤 현역이나 대체복무를 하게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수억, 수십억 원을 벌고 은퇴 뒤 입대하는 또 다른 합법적 특권”이라는 20대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또한 특례자는 544시간의 체육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만, 부실 이행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귀족 복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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