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기업관이 논란이 됐다. 주 위원장이 교수 시절 재벌과 대기업집단을 ‘착취적 대한민국을 만드는 적’으로 지목한 데 대해 “표현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주 위원장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주 위원장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24년 12월 언론 기고문에서 “착취적 대한민국을 만드는 포용사회의 적은 첫 번째로 재벌과 대기업집단의 세습경제”라고 밝혔다.
최 의원이 반기업·반시장적 인식이라고 비판하자 주 위원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시장경제의 주인공은 기업과 경영자이고 공정위 등 정부기관은 심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경영자들이 전문성과 소신을 가지고 개척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기업 중 몇이나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며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동수 정무위원장이 “공정위원장이 사기업의 의사결정이나 지배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며 주 위원장을 제지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오후 국감이 시작되자 “전문적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 없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도록 발언한 것은 과했다”며 해명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공정위의 칼은 소·돼지를 잡는 백정의 칼처럼 쓰면 안 된다. 기업을 건강하게 해 경제를 살리는 칼로 써야 한다”며 “본인의 칼은 백정의 칼이라고 생각하느냐, 의사의 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주 위원장은 “기업을 살리는 칼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적 편향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주 위원장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친여 성향 방송에 출연해 쿠팡의 영업정지 가능성 등 개별 사건을 언급한 데 대해 “일종의 피의사실 사전 공표이자 기업 악마화”라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여러 발언을 합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편파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의 기업 조사권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위가 한화·CJ 등 대기업의 상표권 사용료를 조사하면서도 적정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법 위반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도 없이 조사부터 벌인다는 취지다. 주 위원장은 “사용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과정에서 강요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감서 제기된 대통령비서실의 감찰설과 과거 술자리에서의 여성 비하 발언 의혹도 모두 부인했다. 최 의원이 음주 등 비위 행위로 감찰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답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월 19일 충남 부여에서 열린 한국경쟁법학회 행사 당시 주 위원장이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실관계를 추궁했다. 주 위원장은 당시 식사 자리에 참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쿠팡이 공정위 현장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공정위 법 집행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적 태도를 보이면 다른 유통사들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미국 증시 상장이 한국의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특혜 면허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