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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동시에 암 걸렸다” 이건희가 존경한 ‘한손 화가’ 소원

중앙일보

2026.10.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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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중앙플러스 ▶권근영의 Art Talk
미술계 거장을 직접 만나는 ‘아트토크: 마스터스’는 23일 세 번째로 소산(小山) 박대성(81)과 대담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산은 지난달 담도암 판정을 받았고, 아트토크 하루 전인 22일 수술을 받게 됐다고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불가피하게 토크를 취소하고 이번 회차에 대해 환불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트토크 멤버십 회원분들께는 8일 별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환불 안내를 드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2026년 9월 10일 오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걸린 금강산 그림 '천지인'(2022) 앞의 박대성. 손에 묵주를 쥐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6년 9월 10일 오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걸린 금강산 그림 '천지인'(2022) 앞의 박대성. 손에 묵주를 쥐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6년 9월 10일 오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실에서 만난 소산(小山) 박대성(81)은 손에 묵주를 쥐고 있었다. 평소 소매를 길게 내려 감추던 왼손의 의수도 그대로 내놓은 채다.

나흘 전 그는 담도암 진단을 받았다. 소화가 안 되는 등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갔다가 돌연 암 선고를 받았다. 차녀 아련씨는 "다음 주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인데, 고령이라 수술이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내인 화가 정미연(71)이 오래 췌장암 투병을 하며 12번의 항암을 견디는 걸 봐 온 박대성이다. 올 초 아내의 암 재발에 노심초사하던 그와 종종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던 차였다. 국내에서 더 이상 치료가 어려워진 정씨는 전날 큰딸과 미국으로 출국했다. 현지에서 신약을 받아 치료를 이어간다고 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인터뷰를 하게 된 그와 마주 앉았다.


Q : 마음이 안 좋으실 텐데 이렇게 나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A : “난 그런 것과 관계없어요.”


Q : 별일 없으실 겁니다.
A : “세월엔 장사 없지. 인생이란 게 모르잖아요. 나이도 들었고. 그리고 우리가 영원의 세계로 가야 하니.”

2023년 12월 경주 삼릉 자택 화실 창밖 풍경. 소나무숲 앞 조각은 아내 정미연씨 작품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3년 12월 경주 삼릉 자택 화실 창밖 풍경. 소나무숲 앞 조각은 아내 정미연씨 작품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전쟁이 터지기 직전이던 1949년 여름밤, 그는 빨치산 손에 부모를 잃었다. 한의원을 하던 아버지를 반동지주라고 몰아붙였다. 7남매 중 막내로 아버지 등에 업혀 울던 네 살 난 박대성은 낫에 찍혀 어깨 아래로 왼팔을 잃었다. 동급생들이 팔을 놀려대는 통에 중학교만 마치곤 진학을 포기했다. 도처에 스승을 찾아 그림을 배운 게 오늘에 이르렀다.

2023년 말 박대성·정미연 부부와 경주 화실 뒤 삼릉 송림을 걸었다. 겨울 경주는 온화했고, 툭툭 던지듯 말하는 남편과 조곤조곤 부연 설명하는 아내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시 78세 박대성은 새벽 5시면 일어나 냉수마찰한 뒤 묵주기도를 하고 두어 시간 글씨를 쓰고, 송림을 맨발로 걷는다 했다. 그때의 기운은 잃었지만 무심한 듯 따뜻한 단문 화법은 여전했다.

이건희컬렉션에도 포함된 대표작 ‘불국설경’(1996) 때문인지 그를 불자로 여기는 이가 많지만 1970년대 영세받은 천주교 신자다. 이날 인터뷰에도 수십 년째 손에 쥔 묵주를 지니고 있었다.


Q : 요즘은 무슨 기도 하시나요.
A : “수시로 기도하는데, 나라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하고, 주위도 중요하고요. 딱히 뭔가 지향하는 건 없습니다. 온 세상이 광대무변(廣大無邊), 넓고 커서 끝이 없어요. 나만, 우리만이랄 게 없죠. 단 하나 지향하는 거라면 하느님께 세상 모든 걸 맡긴다는 것. 우리가 우예(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


Q : 아직 해 놓고 가야 할 숙제가 많으실 텐데요.
A : “나로선 과한 숙제를 한 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내 처지에 숙제를 다 잘 마치고 가는 것 같습니다.”


Q : 1949년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해치고 선생님의 팔을 잃게 만든 그 사람, 기억하시나요.

(계속)

“어릴 땐 빨치산에 팔을 잃었고, 이젠 부부가 동시에 암입니다.”

네 살 때 빨치산 손에 부모를 잃고, 낫에 찍혀 한손 화가가 된 소산 박대성.

46세 이건희 회장도 “존경한다”며 악수를 청할 거장이 되었지만, 아내는 오랜 췌장암 투병과 그 자신도 담도암 선고를 받았다. 억울하고 분노로 가득 찰 법한 운명 앞에서, 여든의 화가는 뜻밖의 한마디를 내던졌다.

“원망이요? 그럴 때는요…”

10살 어린 아내를 두고 수술대에 오르는 박대성의 유일한 소원과 그만의 불운의 다스리는 법을 공개한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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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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