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와 폐암을 의심했던 60대 환자의 폐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 민물 게 등을 날 것으로 먹으면 감염되는 폐흡충증에 감염돼 폐암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 것이었다.
12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전영정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공식 학술지 ‘흉부외과학회지’(Journal of Chest Surgery)에 폐암으로 오인된 폐흡충증 환자의 진단 및 수술 사례를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60대 환자 A씨는 수개월간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담 증상이 계속돼 지역 의료기관을 찾았다. 검사 결과 우측 폐 하엽에서 18㎜ 크기의 결절이 발견됐고, 약 1.5L의 흉수까지 확인돼 폐암이 의심됐다.
A씨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암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전 교수는 흉강경 수술(VATS)로 병변을 직접 확인했다. 그 결과 폐암으로 의심됐던 병변에서 폐흡충의 알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암 수술 대신 기생충 알이 박혀 있던 두꺼운 염증 막을 제거했고, 구충제를 투여했다. A씨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수술 6일 만에 퇴원했다.
폐흡충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대표적인 소외열대질환(NTDs) 중 하나로, 날것이나 덜 익힌 민물 게·가재를 먹는 식습관이 주요 감염 경로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감염자가 200만명에 이를 만큼 흔했지만, 이후 위생환경 개선과 식생활 변화 등으로 2018년 기준 연간 진단 건수가 400건 미만으로 급감해 현재는 보기 드문 질환이 됐다.
다만 민물 게장 등 민물 갑각류를 날로 먹는 식문화가 남아 있어 여전히 산발적인 감염 가능성은 존재한다.
특히 최근 생식이나 날음식 등을 소재로 한 콘텐트가 인기를 끌면서 식재료를 익히지 않고 먹는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드문 감염병이라고 해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잊힌 병으로 여기기 쉽지만, 생식 트렌드가 확산하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민물 게장뿐 아니라 소의 생간 등 익히지 않은 육류와 수산물 섭취 전반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든 생식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폐흡충의 중간숙주는 민물 갑각류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접하는 바다 꽃게장 등 해산물까지 폐흡충 감염을 우려할 필요는 없으나, 식재료의 종류와 출처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전 교수는 “폐 결절이 발견됐을 때 기생충 감염 역시 고려해야 할 가능성 중 하나”라며 “환자가 민물 게장이나 생고기를 섭취한 이력이 있다면 진료 시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