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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길거리에 지드래곤이 떴다…‘한한령 10년’ 놀라운 풍경

중앙일보

2026.10.12 17:30 2026.10.1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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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둥싼환의 대형 전광판에 가수 지드래곤(G-DRAGON·권지용)이 등장했다. 베이징 798예술구는 물론 선전의 맥도날드 매장 곳곳에도 지드래곤의 사진과 상징인 데이지꽃이 걸렸다. 한국 가수의 모습이 중국 대도시의 상업 공간을 장식하는 풍경이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한국 대중문화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아 온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10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변화다. 중국의 광고판이 한중 문화교류 재개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베이징 동삼환의 대형 전광판에 가수 지드래곤이 등장하는 맥도널드 광고가 걸렸다. 바이두캡쳐

중국 베이징 동삼환의 대형 전광판에 가수 지드래곤이 등장하는 맥도널드 광고가 걸렸다. 바이두캡쳐


계기는 맥도날드의 지드래곤 아시아 공동 마케팅이다. 중국 맥도날드는 지난 8일 중국 본토 8000여 개 매장에서 지드래곤과 협업한 신제품 8종을 출시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고추장 버터 소스를 활용한 치킨버거 등 한국적 요소를 결합한 제품도 선보였다. 중국 광고 전문 매체 광고문(广告门)에 따르면 전국 700개 이상의 매장이 지드래곤 테마 장식으로 꾸며졌고, 베이징과 선전 등 16개 매장은 특별한 체험 공간을 갖춘 플래그십 매장으로 변신했다. 베이징 창훙차오 매장에는 지드래곤과 가상 통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화 부스까지 설치됐다.

중국 소셜 커뮤니티 샤오홍슈에는 팬들이 지드래곤 맥도널드 광고를 배경으로 찍은 인증샷으로 도배됐다. 샤오홍슈 캡쳐

중국 소셜 커뮤니티 샤오홍슈에는 팬들이 지드래곤 맥도널드 광고를 배경으로 찍은 인증샷으로 도배됐다. 샤오홍슈 캡쳐

이번 캠페인이 특별한 것은 단순히 한국 스타가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맥도날드가 직접 한국 가수의 이름과 이미지를 활용해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드래곤이 설립한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과 협업한 상품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중국 온라인 쇼셜커뮤니티샤오홍슈에는 벌써 맥도날드 매장으로 달려가 지드래곤 포스터와 찍은 인증샷으로 도배되고 있다. 각종 해시태그에서 팬들은 “환호”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중국에서 여전히 상업적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드래곤뿐 아니다. 걸그룹 아이브(IVE)의장원영은 지난 8월 유니레버의 생활용품 브랜드 럭스(LUX·力士)의 바디케어 모델로 등장했다. 중국 럭스 공식 웨이보는 장원영의 얼굴을 내건 대형 옥외광고와 소비자 참여 행사를 홍보했다. 청두 등지에서는 장원영의 사진으로 꾸민 테마 매장도 운영됐다.
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은 유니레버의 생활용품 브랜드 럭스(LUX·力士)의 바디케어 모델로 중국 온라인에 등장했다. 샤오홍슈 캡쳐

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은 유니레버의 생활용품 브랜드 럭스(LUX·力士)의 바디케어 모델로 중국 온라인에 등장했다. 샤오홍슈 캡쳐


방탄소년단(BTS) 진 역시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 광고를 통해 중국 주요 상업 공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우 이민호는 올해 1월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중국 시장 전용 브랜드 모델로 발탁됐다.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도 한류스타를 앞세워 중국 소비시장 공략에 나선 셈이다.

한한령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법제화하거나 해제를 발표한 조치가 아니라 방송 편성, 공연 허가, 콘텐트 유통 등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진출을 제약해 온 일련의 관행적 제한을 가리킨다. 특히 한국 가수의 중국 본토 대규모 공연과 한국 방송 콘텐트 의 정식 유통에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번 변화의 의미를 작게 볼 수는 없다.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은 오랫동안 대중문화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외교관계에 영향을 받는 존재였다. 이제 글로벌 소비 브랜드들이 한국 스타의 인지도와 팬덤을 활용해 중국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화적 수요와 상업적 교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교류가 공식 공연이나 방송 프로그램보다 소비와 마케팅을 통해 먼저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러한 흐름이 한중 문화예술 협력 전반으로 확산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광고 모델 기용과 공연·방송 콘텐트 의 정식 진출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교류의 출발점이 반드시 무대나 방송일 필요는 없다. 패션과 디자인, 식음료, 디지털 콘텐트 를 매개로 한 협력은 양국 기업과 창작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분야다. 지드래곤의 음악과 패션을 결합한 맥도날드 캠페인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한령의 실질적 해제는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 재개, 영화·드라마의 정식 유통, 양국 제작사의 공동 프로젝트 확대 등으로 확인돼야 한다. 광고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이러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외교적 갈등으로 단절됐던 문화교류를 회복하는 데는 정부 간 협의뿐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인 협력도 중요하다. 10년 만에 중국 거리 곳곳에 다시 등장한 한국 스타의 얼굴은 한한령 해제의 선언은 아니지만, 닫혀 있던 한중 문화교류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신호로 읽힌다.




김매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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