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2년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예술 관련 행사가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도자 조각가들과 실용 도자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기 도자 비엔날레다.
나는 2001년의 첫 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참석했다. 첫 행사 때의 국제공모전 대상은 나이지리아 작가 로슨 오예칸의 인상적인 작품 ‘힐링 빙(Healing Being)’이 차지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3년 대상 수상작인 여선구 작가의 ‘알프레드 서머(Alfred Summer)’가 나이지리아 요루바(Yoruba) 미술과 닮은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엔날레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새로운 영감을 주고받는 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되고 있다.
오는 11월 1일까지 열리는 올해 비엔날레도 예외가 아니다. 나 역시 다시 한번 행사장을 찾아 웅장하고 아름다운 도자예술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매우 즐거웠다.
이천에 있는 경기도자미술관에서는 올해 국제공모전 부문 대상을 받은 독일 출신 데이비드 라우어의 작품을 비롯한 수상작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초대 작가들의 설치미술 작품과 다양한 전시가 비엔날레가 열리는 이천·여주·광주 세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들 세 도시는 모두 경기도에 위치하며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수백 년 동안 왕실 가마터가 있었던 광주의 경기 도자 미술관에서는 한국 도자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와 함께 국제공모전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한국공모전 수상작들이 선보이고 있다. 또한 현대 한국 도예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도 마련됐다.
오랜 세월 아름다운 백자와 다양하고 정교한 도자기를 생산해온 여주에 있는 경기도자디자인미술관에서는 실용 도자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이곳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그릇‘이라는 기본 형태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세계 각국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개막 첫 주말에는 국제 심포지엄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자 전시장은 관람객보다 직원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했다. 아마도 비엔날레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는 2001년 첫 행사 때부터 계속됐다. 당시 나는 한국어를 하지 못해 비엔날레 측의 공식 영어 통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영어로 말을 하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후 한국인 친구가 다시 전화를 걸어 이유를 확인하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에도 비엔날레 공식 통역 담당자들에게 연락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듣지 못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한글을 읽고 한국어를 말할 수 있게 된 지금도 비엔날레 관련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행사장에 어떻게 가는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이고 정보조차 찾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세 개최지를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있었지만, 이제는 운행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엔날레 방문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행사장을 찾기가 조금 수고스럽지만 그 노력은 충분히 보상 받을 것이다. 또 혹시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이천에 간다면 영월암도 꼭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영월암은 1200년 역사의 사찰이다. 사찰 내 절벽에는 약 30피트 높이의 불상이 조각돼 있는데, 부드러운 선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옷자락, 그리고 마치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듯한 손동작이 인상적이다. 한국 도자 문화의 중심지인 이천·광주·여주를 둘러보고 경기도자비엔날레를 감상한 뒤 영월암을 찾는 것은 한국 도자예술 여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 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