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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대표 신 가네샤, 근육질 전사로 변신

Los Angeles

2026.10.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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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나오고 친근한 모습이
군복·총 든 모습으로 변화
영화·소셜미디어 영향에
힌두 민족주의까지 결합
2024년 뭄바이 인근에서 열린 축제에 등장한 가네샤 신상. 최근 인도에서는 가네샤 신상을 배가 나온 친근한 이미지 대신 강인하고 전투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늘었다.

2024년 뭄바이 인근에서 열린 축제에 등장한 가네샤 신상. 최근 인도에서는 가네샤 신상을 배가 나온 친근한 이미지 대신 강인하고 전투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늘었다.

인도에서 오랫동안 둥근 배를 내민 친근하고 장난기 많은 모습으로 사랑받아 온 코끼리 머리의 신 가네샤(Ganesha)가 최근 10여 년 사이 근육질 몸매의 전사 등으로 바뀌고 있다.
 
영화와 소셜미디어, 젊은 세대의 취향, 축제의 상업화, 강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힌두 민족주의까지 겹치면서 가네샤를 표현하는 방식이 갈수록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가네샤는 힌두교의 대표적인 신 가운데 하나다. 장애물을 없애고 새로운 시작을 돕는 신으로 인도 전역에서 숭배를 받는다. 결혼이나 사업, 이사, 여행, 공부 등 새로운 일을 할 때 제일 먼저 기도하는 대상이다. 가네샤 축제가 열리면 크고 작은 신상을 만들어 숭배한 뒤 마지막에는 물에 잠기게 하는 의식을 치른다.
 
전통적으로 가네샤는 통통하고 천진난만하며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다. 대개 앉아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크고 둥근 배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가네샤는 군복을 입거나 군용 차량 위에 올라타고 AK-47 소총을 든 모습 등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 축구 유니폼을 입은 가네샤까지 등장했다.
 
푸네 플레임대학교의 판카지 자인 인도센터 소장은 이런 변화가 영화 등 시각적 언어를 통해 종교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도시 젊은이들의 태도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자인 소장은 "가네샤를 표현하는 식스팩 복근과 전투적인 자세, 운동선수 같은 육체는 영화와 같은 시각적 언어로 성스러운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방식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전투적이고 역동적인 가네샤는 액션 영웅과 강렬한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일종의 문화적 번역이라는 것이다.
 
인도 문화에서 영화가 미치는 영향은 특히 크다. 지난 10년 동안 가네샤의 모습은 영화 '바후발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서사적 판타지 영화인 '바후발리'에는 근육질 인물이 거대한 석상을 어깨에 짊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본떠 강인한 가네샤 상을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가네샤를 여신의 모습으로 표현하거나 영화배우의 모습을 본떠 제작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가 이어졌다
 
가네샤 축제는 19세기 후반 힌두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고 영국 식민통치에 맞서 사람들을 결집하는 성격을 띠면서 규모가 커졌다.
 
오늘날에는 젊은 세대에게 신과 힌두 전통을 전수하는 의미가 더 크다. 일부 축제에서는 지역사회나 사회적 현안을 강조하고 우주개발 사업을 기념하기도 한다. 올해 등장한 로봇 형태의 가네샤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미래상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에는 정치와 국가 정체성이 축제와 밀접하게 결합하면서 전투적이고 남성적인 힌두교 이미지가 부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네샤 축제 주최 측이 행사장에서 국가를 부르고 국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애국주의와 군사적 이미지가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축제가 열리기 몇 달 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자 군사작전 승리를 기념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가네샤 축제가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마하라슈트라 주정부는 축제 주최 측에 군사작전의 성과를 알리고 군인들을 기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와 비슷한 형상이 운전석에 앉은 군용 차량에 거대한 가네샤가 타고 있고 주변에 S-400 미사일 모형이 배치된 모습은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올해 들어 이런 분위기에 대한 반발로 예술가와 조각가들이 '균형 잡힌 신상'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가네샤가 날아오르거나 위로 솟구치는 모습, 한쪽 발로 균형을 잡은 모습, 악마와 싸우는 순간을 포착한 신상이 대표적이다. 모습은 통통하게 표현하되 자세는 정적인 것보다는 움직임을 강조한다. 일종의 근육질 신상에 대한 반발이다.
 
근육질 신상을 놓고 예술가들이 제작을 거부하기도 하고 일부 신자들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가네샤를 사나운 모습으로 표현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가네샤는 가네샤답게'를 외친다. 근육질과 전투적인 모습은 가네샤를 모독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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