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 30여 년 동안 인터넷 이용이 증가한 국가일수록 종교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종교단체에 소속해 있다는 인식과 스스로를 종교인이라고 규정하는 정체성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슬로베니아 마리보르대학교의 미란 라브리치·티보르 루타르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논문 '인터넷 확산과 종교 쇠퇴: 81개국의 증거, 1990~2022년'을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발행하는 학술지 '종교사회학'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논문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인터넷 이용 변화가 종교성 변화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연구했다. 종교성은 여섯 가지 지표를 종합해 평가했다. 종교 교파나 종교단체에 소속돼 있는지, 종교 의식에 얼마나 참석하는지, 삶에서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삶에서 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회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자신을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이다.
연구진은 "인터넷 보급과 종교성은 강한 부정적 관계를 나타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인터넷 이용 수준이 높을수록 종교성은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종교성의 관계는 모든 영역에서 똑같지는 않았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제도적 종교에 대한 소속과 개인의 종교적 정체성이었다. 특정 종교나 종교단체에 속해 있다고 답하거나 자신을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비율이 인터넷 확산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반면 종교 의식 참석과 교회에 대한 신뢰에서는 인터넷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상당수 분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종교의 쇠퇴나 세속화를 인터넷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 수준 상승과 경제적 부의 증가, 도시화, 세계화뿐만 아니라 이민과 인구 고령화 등 여러 사회적 변화가 서로 얽혀 종교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 연구들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미시간대학교가 42개국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변화를 조사해 2021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종교성이 감소하는 압도적인 추세가 관찰됐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시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나타난 이른바 '종교의 갑작스러운 쇠퇴' 시기는 세계적으로 인터넷 이용이 급격하게 증가한 시기와 겹친다.
그 이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같은 연구자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 이전까지 조사 대상 가운데 49개국에서는 오히려 종교적 헌신이 순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장기적인 현대화가 언제나 종교 쇠퇴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를 전후해 많은 국가에서 종교성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 연구자는 빈번한 인터넷 사용과 특정 종교 전통에 소속되는 것 사이에서 강한 부정적 관계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인터넷이 갖는 세속화의 힘이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나타난 종교 소속의 감소 가운데 측정 가능한 감소분의 최대 20%를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최근 브리검영대학교(BYU)의 바버러 모건 가드너 교리학과 교수도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많을수록 신앙에서 멀어지는 현상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드너 교수는 특히 젊은 세대의 신앙에 영향을 미치는 보다 광범위한 세속 문화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가 인터넷 확산에 따라 모든 국가와 모든 종교에서 신앙이 일률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일부 국가와 종교, 연령집단에서는 오히려 신앙이 깊어지거나 종교적 참여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 증가와 종교 쇠퇴 사이의 전체적인 통계적 관계를 개별 종교나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연구진 역시 인터넷이 "종교를 일률적으로 약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미디어는 예배와 목회 서비스, 신앙·경건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확대할 수 있으며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신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할 수도 있다. 인터넷이 기존의 종교생활을 보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쇄술에서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은 종교에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왔다. 이번 연구는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충분한 시간이 지난 지금 인간의 삶과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장기간의 자료를 분석해 연구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