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트 수백 곳에서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으로 신선식품과 냉동식품이 대량 폐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커가 성에 제거 기능을 원격 조작해 설비 온도를 높이면서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네베즈의 앵테르마르셰 마트에서 텅 빈 신선식품 냉장 진열대에 고객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이버공격으로 상품을 매대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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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서 수천만 유로 피해 추정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르몽드 등 외신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벌어진 해당 공격으로 앵테르마르셰·코오페라티브U·까르푸·모노프리·E르클레르 등 프랑스 주요 유통업체의 매장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의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프랑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정부는 국가사이버보안국(ANSSI)에 조사를 지시했다.
앵테르마르셰를 운영하는 무스케테르 그룹은 약 150개 매장의 냉장·냉동 설비 온도가 밤새 6시간 동안 50도까지 올랐다고 발표했다. 북서부 라에의 앵테르마르셰 매장은 온도가 80도까지 올라 일부 설비가 녹기도 했다. 까르푸 약 80개 매장, 모노프리 약 25개 매장에서도 사이버 공격이 이뤄졌다.
남서부 그라디냥에서 앵테르마르셰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매입가 기준으로만 2만1000유로(약 3100만원)어치 손실이 났다”며 “냉장창고 온도가 치솟아 자동 살수 장치가 작동했다”고 말했다. 파리 중심부 한 마트에선 직원들이 녹아버린 냉동식품을 쇼핑카트에 실어 대형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티에리 코티야르 앵테르마르셰 최고경영자(CEO)는 손실이 수천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을 다시 공급받아 진열대를 채우는 데도 시간이 걸려 정상화에는 수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 인근의 한 마트에서 냉동식품 코너가 폐쇄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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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제거 8시간 가동…원격 제어 허점 노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해커는 얼음을 녹이는 성에 제거 기능을 악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동 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어났고 경보가 뒤늦게 울리도록 장치도 조작됐다.
서로 다른 유통업체가 한꺼번에 타깃이 될 수 있었던 건 공통으로 사용하는 덴마크 기업 단포스의 냉장 제어 시스템 때문이다. 마트는 여러 냉장·냉동 설비를 제어장치로 관리하는데 이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유지보수 업체가 매장 밖에서도 온도와 작동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관리 기능을 해커가 가로챘던 것이다. 단포스는 피해 장치 대부분 사용 수명이 끝나 보안 업데이트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구형 제품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공격은 식품 공급망에 대한 우려로도 번졌다.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연합(EU) 농업·식품 담당 집행위원은 “식량의 악용이 현실이 됐다”며 “식량 안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네베즈의 앵테르마르셰 마트에서 신선식품 냉장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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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냉장고에 AI 몰래 설치돼 퍼질 수도
인터넷에 연결된 TV·냉장고가 주인 몰래 인공지능(AI)을 돌리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AI 기업 앤트로픽이 12일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보안이 허술한 가전에 몰래 설치된 AI는 다른 기기에도 자신을 복사해 퍼질 수 있다. 이런 복제본이 여러 곳에 남으면 일부 기기를 꺼도 다른 곳의 AI는 계속 작동할 수 있어 차단이 어려워진다. 연구진은 “인터넷 통신을 살펴 의심스러운 기기를 찾아 차단해야 한다”며 “제조사의 경우 가전의 보안 허점을 계속 고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