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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0%인데 국채금리 5%...‘이자눈덩이’에 출구 없는 프랑스

중앙일보

2026.10.1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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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 렌의 렌2대학에서 한 학생이 1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봉쇄한 건물 출입구 앞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서부 렌의 렌2대학에서 한 학생이 1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봉쇄한 건물 출입구 앞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가 유럽 경제의 화약고로 지목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무는 가운데 국채금리는 5%에 육박하며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다. 경기와 재정 모두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중앙은행은 이날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을 전분기 대비 0.1%로 추정했다. 1분기 -0.2% 역성장과 2분기 0.0%에 이어 사실상 성장세가 멈춘 정체 국면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말 2026년 성장률을 1%로 전망했었지만, 올해 4월 0.9%, 7월 0.7%, 9월 0.5%로 세 차례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날 발표한 최신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는 프랑스의 올해 성장률이 0.4%로 더 낮게 제시됐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며, G7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다. 유로존 평균 전망치(1.1%), 세계 성장률 전망치(3.1%)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프랑스 정부는 미·이란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과 폭염을 성장 둔화의 악재로 꼽지만, 이는 다른 국가들도 함께 겪은 충격이다.

프랑스의 부진을 키운 요인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2024년 조기 총선 뒤 의회가 분열되면서 예산과 개혁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가계와 기업의 심리도 위축됐다. OECD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가계 총저축률은 가처분소득의 약 19%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1979년 이후 약 46년만에 가장 높았다. 불확실성에 소비자들은 지출을 미루고 기업들은 투자를 늦춘 것이 성장률 정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문제는 저성장 국면에서도 국채금리는 급등하며 프랑스 정부가 내야하는 이자 비용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12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4.896%였다. 10월 2일 장중에는 4.994%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프랑스와 독일의 금리 차는 약 1.4%포인트에 달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신규 발행과 만기 채무 차환에 드는 비용이 늘어 재정 압박도 커진다. 프랑스 국채관리청은 중앙정부의 채무 비용을 2026년 626억 유로(약 94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국가 순수입의 약 19.2%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채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실 프랑스의 2026년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 전망치는 118.4%로 이탈리아(138.4%)·그리스(136.9%)보다는 낮다. 특히 2020년 팬데믹 당시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도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고, 많은 국가들이 재정을 풀어 빚으로 경기를 떠받쳤다. 그러나 2020년과 비교하면 프랑스의 부채비율은 3.5%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독일은 모두 하락했다. 팬데믹 이후 다른 주요국들이 부채비율을 낮춘 것과 달리 프랑스는 경제가 회복된 뒤에도 부채를 되돌리지 못한 셈이다.
주요 유럽 5개국 GDP 대비 일반정부 총부채 비율 변화

주요 유럽 5개국 GDP 대비 일반정부 총부채 비율 변화



그 사이 성장률은 0%대로 떨어졌고,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도 커졌다. 지금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지출 삭감 등 강한 긴축이 필요하지만, 성장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긴축은 내수와 세수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와 공무원노조의 임금 동결 반발도 이어진다. 안토니오 파타스 인시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프랑스의 성장률이 낮은 데다 경기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도 불투명하다"며 "시장은 정부가 재정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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