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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차익 러시…‘환율 하락=증시 상승’ 공식 깼다

중앙일보

2026.10.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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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증시 상승’이라는 오랜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13일 코스피가 장중 6000선 아래로 무너지는 증시 약세에도 원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원-달러 환율은 1345.1원에 거래됐다. 외국인 매도세에 전날 전날보다 10원 올랐지만, 올해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33원대까지 내려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통상 주가와 원-달러 환율은 반대로 움직인다.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하면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역의 상관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이다. ‘역대급’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앞다퉈 바꾸면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이례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환전과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등 달러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 초와 달리 지금은 환율 추가 하락을 우려해 달러를 미리 털어내려는 대기 매물이 더 두텁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아무리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를 흡수해 가도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와 푸는 달러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실물 수출에 기반한 달러 공급은 이와 별개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구간마다 달러 공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가 외국인의 주식 매도를 오히려 부추긴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동안 코스피는 크게 올랐고, 반대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6월 이후 코스피는 급락했다”며 “이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현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급격한 원화 가치의 상승과 통화 가치 변동성 확대가 외국인으로 하여금 국내 증시에 대한 매도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지지부진해도 원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환산한 한국 주식의 평가액은 늘어나는 만큼 환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원화 강세에 따른 기업의 ‘실적 둔화 착시’도 증시에는 악재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 기준 매출액보다 원화 기준 매출액은 더 적어 보일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제시할 때만 해도 원-달러 환율 1440원을 적용했는데, 지금은 100원 넘게 떨어졌으니 같은 매출량이라도 주주 입장에선 실망감이 증폭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잇던 전통적인 연결고리가 끊어진 배경에는 예측 불가능한 환율 변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은 원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기 전에 한국 주식을 팔고, 국내 수출기업은 환율의 추가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을 대비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수급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연구원은 “엔-원 환율을 보면 원화의 강세 폭이 점차 과도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그동안 과도했던 원화 약세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원화 변동성이 진정돼야 외국인의 공격적인 국내 주식 순매도 기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원화의 추가 강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는 전망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호조는 원화 강세 유인이지만, 대미 투자를 포함한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국민연금 등 해외 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가 달러 공급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중후반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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