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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캄캄한 밤에 별을 보라

Chicago

2026.10.1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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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낙엽은 작별이 힘들어 마른 등을 굽히고 당분간 뒤뜰을 헤매일 것이다. 산다는 것은 바스러진 잎새에 작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 멀리 떠나와 기약 없는 이별로 목이 메여도, 사랑은 빛 바랜 꽃잎으로 세월 속에 작은 흔적으로 다가온다.  
 
서울과 동경을 오가며 시차에 헷갈리다 집으로 돌아왔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생각난다. 초가삼간도 내 집 만한 곳은 없다.  
 
새벽녘에 잠이 깼다. 뒤뜰 데크(Deck)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 반짝이며 떠있던 별들이 사라진 하늘은 슬펐다. 아픈 친구들 생각이 났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거러가야겠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윤동주의 시가 떠 올랐다.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면 우정은 슬픔을 사랑으로 보듬는다. 세월은 서로의 아픔을 껴안고 이슬이나 빗물처럼 소리 없이 눈물로 흘러내린다.
 
여고 동창생들과 함께 떠난 여수 여행은 행복했다. 내게도 이런 축복의 시간이 있구나!  
 
이국 땅에서 애들 셋 키우며 화랑과 사업, 미술학교 운영하며 마실 한 번 간 적 없었다. 별이 빛나는 여수 밤바다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새벽에는 여수 바다의 파도가 호텔 방 아래 출렁거렸다. 넉넉한 여수의 맛집 덕분에 살이 쪄서 반지 빼서 주머니에 넣었다. 오동도 유람선은 시원한 바다를 가로질러 흥을 북돋우는 관광코스다. 야경 불꽃 놀이는 아름다운 기억 속에 낭만의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여수의 물결은 작은 손 내밀며 서늘한 파도를 굴리며 해변으로 젖어 든다. 헤어짐이 만남이 될 때까지 해가 뜨기 전, 별들을 껴안고 육지로 내려온다.  
 
고향집 어르신들은 등이 굽어 허리가 꺾여도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 남으셨다. 캄캄하고 어둔 밤도 지나가리라. 감당하지 못할 절망은 없다. 짙은 먹물로 화선지를 적시며 지구의 저편에서 깍지 낀 사랑의 흔적으로 남으리라. 다시 만나 가슴 맞대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까지 별들은 어둔 밤을 껴안고 내일의 찬란한 새벽을 기다린다.  
 
저 멀리, 무당벌레처럼 꼬리에 주홍 빛을 단 비행기가 보인다. 하늘도 여기저기 작은 별들을 품고 떠있다. 별들은 어둠 뒤에 숨어서 새벽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보이지 않아도 보일 때까지, 사랑이 떠난 자리에 새 살이 돋을 때까지, 가을이 지나간 풍경 속에 코스모스 씨앗 흩날려도, 꽃잎 한 송이 필 때가지 서로 얽혀서 사랑하리라.  
 
불행이 뜬금없는 화살이라 해도, 친구여 인생의 차례는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다.
 
한여름 옮긴 나무가 목숨을 건진 것 같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여수의 바다는 청록색 파도를 등에 없고 낯선 자의 가슴을 헤집고 돛단배를 띄운다. 바다는 서로 어깨를 부딪힐 뿐 정작 껴안지 못한다.
사랑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슬픔을 견딘다. 포기하지 않으면 인생은 살만하다. 운명은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참고 견디는 것. 시간의 나이테를 감으며 남은 날들이 조금식 줄어든다 해도, 사랑하는 벗이여! 캄캄한 어둠 밝히는 밤하늘 별을 보라. 그대의 곤한 새벽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실바람은 창살에 반딧불처럼 웅크린다. 별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헤어짐을 위한 영가를 부른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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