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0일 밤, 부산 남포동 비프(BIFF)광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자 위로 올라섰다.(이하 경칭 생략)
그가 손을 흔들자 사방에서 휴대전화가 치켜 올라왔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과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경찰이 사람들을 막아 세웠지만, 한동훈은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자갈치시장의 한 횟집에서 식사를 이어간 한동훈의 옷차림도 눈길을 끌었다. 그가 입은 회색 맨투맨 티셔츠 가슴팍에는 ‘1992’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해였다. 부산에서 ‘1992’는 설명이 필요 없는 숫자였다. 지역의 정서를 읽고, 그에 맞는 상징을 포착하는 정치인의 감각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2024년 1월 10일 부산 남포동 비프(BIFF)광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자 위에 올라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한동훈은 의자 위에 올라서서 한동안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려고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여권 고위 관계자 A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 부산에서 난리가 났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유세할 때 동선이랑 거의 똑같이 돌았는데, 인파 규모가 거의 깔려 죽을 정도였어. "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부산에서 한동훈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용산에서는 불편한 시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인기를 키우는 데 더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식의 시선이었다. A는 당시 용산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 그때 용산에서 불편해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어. 물론 한동훈에게도 전달됐고. "
물론 한동훈을 둘러싼 용산의 미묘한 경계심이 부산에서 처음 생겨난 건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부터 그에게 쏠리는 언론의 관심을 의식하고 있었다. 역시 A의 말이다.
" 사실 대통령 부부는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하면서 인기가 치솟는 걸 좋아하지만은 않았어. 임기 초에 대통령이 ‘한동훈이 봐라. 말 한마디만 해도 이렇게 기사가 빵빵 나오는데, 우리는 그런 게 안 돼’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 "
2024년 1월 10일 부산 자갈치시장의 한 횟집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식사하고 있다. 당시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연도인 ‘1992’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엑스 캡처
부산의 그 밤으로부터 닷새 뒤, 무대는 용산과 여의도로 옮겨졌다.
강력한 한파가 전국을 휘감은 2024년 1월 15일. 용산과 여의도 사이의 공기는 바깥 날씨보다 더 차가웠다. 윤석열이 총선 필승 카드로 야심차게 전면에 내세운 한동훈은 그의 예상과 달리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한동훈은 용산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부부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반대로 한동훈 입장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면서 자신을 도와야 할 대통령 부부의 태도가 마뜩지 않았다. 특히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특검법 논란에 이어 명품백 수수 의혹까지 터지면서 여당에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그날, 한동훈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한 통 들어왔다. 평소 쓰던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이 아니었다. 보안이 필요한 내용을 주고받을 때 주로 사용하는 텔레그램이었다.
발신자는 김건희였다.
윤석열의 사퇴 통첩, 제대로 받아친 한동훈
그로부터 6일 뒤인 1월21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한동훈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마주 앉았다. 깜짝 놀랄 만한 말을 꺼낸 건 이관섭이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중앙포토
" 위원장님, 이런 식으로 하시면 사퇴하셔야 합니다. "
한동훈이 이관섭을 직시했다.
" 실장님 생각입니까. "
이관섭이 진실을 꺼냈다.
" 대통령님 의중이 그렇다는 겁니다. "
그는 윤석열의 메신저였다. 대통령은 이관섭을 통해 한동훈에게 사실상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때 한동훈의 입에서 천만 뜻밖의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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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몰래한 ‘이말’ 걸렸다…김건희 문자 5번 무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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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윤석열 시대' 또 다른 이야기
“한동훈이 작업!” 尹 쌍욕 전화 5번 왔다…김건희 그 기사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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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허파에 바람 넣지마!”…그뒤, 돌연 2인자 띄운 尹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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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 XX야, 네가 책임져!”…9시간 술친구 장제원에 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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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뒤통수 친 8·15 특사…尹 몰락 부른 ‘김태우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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