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총리 정부가 밴쿠버 국제공항을 포함한 캐나다 주요 공항 4곳의 민영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운영권을 민간에 넘겨도 승객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공항들도 자체적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가 가능한 만큼 민영화에 앞서 이용료와 운영비를 감독할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캘거리대학교 에이든 홀리스 경제학 교수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밴쿠버 국제공항은 해외 주요 민영 공항보다 승객 1인당 운영비와 항공 관련 수입이 낮았다.
연방정부는 지난봄 주요 공항에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9월 밴쿠버, 캘거리, 토론토 피어슨, 몬트리올 트뤼도 국제공항 등 4곳을 대상으로 제시했다.
카니 총리는 이를 통해 수백억 달러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밴쿠버 국제공항이 첫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원주민 공동체가 최대 20%의 지분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식은 공항을 완전히 매각하는 것이 아니다. 연방정부가 토지와 시설의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민간 투자자에게 장기 운영권을 넘기고, 확보한 자금을 다른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구조다.
현재 캐나다 주요 공항은 비영리 기관이 운영한다. 이용료와 상업시설 수입, 차입금으로 시설을 확충하고 남은 수익은 공항에 재투자한다. 반면 영리기업이 운영권을 확보하면 수익 일부가 투자자에게 배당될 수 있다.
2025년 밴쿠버 국제공항의 승객 1인당 항공 관련 수입은 16.07달러였다. 호주 시드니 공항의 26.50달러보다 약 39%, 브리즈번의 19.70달러보다 18%, 영국 런던 히스로의 49.20달러보다 67% 낮았다. 항공 관련 수입은 공항 이용료 등을 뜻하며 항공권 가격과는 다르다.
승객 1인당 운영비도 밴쿠버는 14.80달러로 토론토 피어슨의 18.20달러, 몬트리올의 18.40달러, 런던 히스로의 34.30달러보다 낮았다. 다만 공항마다 사업 범위와 회계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민영화의 주요 명분인 투자 자금 확보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기존 운영체계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캐나다 공항들은 1990년대 초 이후 공항 개선 부담금과 차입을 통해 시설 확장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도 올해 5월 30억 달러 규모의 1단계 확장사업에 착수했다. 주요 공항 운영기관은 신용등급도 양호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 캐나다에는 공항 이용료와 시설 개선 부담금, 대규모 건설사업을 독립적으로 심사하는 경제 규제기관이 없다. 비영리 기관이라도 불필요한 시설에 과도하게 투자하거나 승객에게 높은 비용을 부과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민영 공항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분야도 있다. 소매점과 주차장, 부동산 사업 등에서 발생하는 상업 수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비교 대상 공항 4곳의 승객 1인당 평균 상업 수입은 19.34달러로, 캐나다 주요 공항 4곳의 평균인 11.83달러보다 약 63% 높았다. 브리즈번 공항은 20.57달러로 밴쿠버의 10.61달러보다 거의 두 배 많았다.
그러나 상업 수입이 많다고 승객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다양해졌을 수도 있지만 주차료나 상점 이용료가 더 비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추가 수입이 공항 이용료 인하에 쓰일지도 불확실하다.
민영화로 정부가 확보할 자금 역시 장기적인 수입 감소와 함께 따져봐야 한다.
보고서는 2025년 실적을 기준으로 공항 4곳의 사업 지분 가치를 약 120억~210억 달러로 추산했다. 연방정부 임대료를 없애면 180억~290억 달러로 높아진다.
하지만 임대료를 폐지하면 정부는 매년 받던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지난해 공항 4곳이 납부한 임대료는 약 4억7,700만 달러였으며, 밴쿠버 공항은 7,800만 달러를 냈다.
해외 사례도 주목할 부분이다. 호주는 주요 공항을 민간이 운영하지만 경쟁당국이 이용료를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 시드니 공항의 2024~2025년 항공 관련 자산 수익률은 20.8%에 달했다. 호주 규제당국은 현행 감시체계만으로 공항의 시장 지배력을 충분히 제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홀리스 교수는 캐나다도 민영화 입찰에 앞서 독립적인 공항 경제 규제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관이 시설 투자와 공항 개선 부담금, 서비스 수준, 이용료 분쟁 등을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 주요 공항 4곳은 전체 수입의 32~42%를 공항 개선 부담금에서 얻고 있으며, 밴쿠버 공항의 비중은 32%다.
보고서는 민영화가 승객에게 이익이 되는지 판단하려면 독립적인 감독을 강화한 기존 비영리 운영체계와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항 운영권 이전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이용료 관리와 승객 부담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