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서혜정·최덕희, 시인 허은실…신화·동요·시·소설을 목소리로 잇다 객석에서 무대까지 함께 읽고 노래하며, 한국어의 리듬과 울림을 나누다
제1회 밴쿠버 한국도서축제의 체험형 낭독 공연 'K-Story Hunters'에 출연하는 성우 서혜정(왼쪽), 최덕희(가운데), 시인 허은실 씨.
한국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 세 명의 ‘헌터’가 밴쿠버 관객과 만난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이야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성우 서혜정과 최덕희, 시인 허은실이 이끄는 체험형 낭독 공연 ‘K-Story Hunters’가 10월 15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 레뷰 스테이지(Revue Stage)에서 열린다. 제1회 밴쿠버 한국도서축제의 하나로, 10월 한국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한카문화산업교류재단이 주최하고 재외동포청이 후원한다.
공연 이름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 헌터에서 착안했다. 악귀에 맞서는 대신 한국의 이야기와 소리를 찾아서 세상을 더 낫게 변화시킨다는 설정이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관객과의 호흡이 있다. 출연진이 객석에 말을 건네면 관객은 문장을 따라 읽거나 노래로 응답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관객은 무대에 올라 작품 속 인물을 맡기도 한다.
문학 낭독과 합창, 짧은 강연을 관객 참여로 연결한 이번 기획은 한국어를 소리로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시도다. 한국어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오래 알고 있던 문장의 숨결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를,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억양과 리듬을 따라 작품에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연은 다섯 막에 걸쳐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가 글자에 담기고, 다시 노래와 문학으로 펼쳐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첫 막에서는 신화를 통해 한국 문화의 상상력과 만난다.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가 출연진의 낭독으로 되살아난다. 이어 동시와 동요를 소개하는 무대에서는 「기찻길 옆」,「섬집 아기」 등을 성우의 낭독과 K 어린이합창단의 노래로 들려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과 그 시에 곡을 붙인 가곡도 만난다. 같은 문장이 낭독과 노래를 통해 어떻게 다른 표정을 얻는지 살펴보고, 작품 속 반복되는 말과 소리를 함께 읽으며 한국어의 말맛을 나누는 시간이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일부도 입체 낭독극으로 선보인다. 출연자들이 역할을 나누어 읽으며 소설 속 문장을 살아 있는 대화로 펼쳐낸다. 이 무대는 한국 문학을 낭독 공연으로 만나는 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올해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배우 이혜영과 이자벨 위페르가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공연 ‘새(Oiseau)’에 출연했다. ‘K-Story Hunters’는 이러한 가능성을 밴쿠버의 관객과 함께 탐색한다. 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문학을 한국어의 소리로 만나고, 관객의 참여를 통해 작품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공연을 이끄는 세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쌓아온 표현력과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에 생기를 더한다. 서혜정은 외화 「엑스파일」의 스컬리 역과 다양한 방송 내레이션으로 알려진 성우다. 문학 낭독과 강연을 통해 문장에 담긴 감정과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전해왔다. 최덕희는 「세일러문」과 「명탐정 코난」 등 여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목소리로 사랑받아왔다. 세대를 아우르는 친숙한 목소리로 관객과 만난다. 시인이자 제주 해녀인 허은실은 시를 공연으로 기획하고 직접 무대에 서며 문학과 관객을 연결해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시를 낭독하며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 막에서는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읽고 노래한다. 이야기와 노래로 슬픔과 기쁨을 나누어온 공동체의 전통을 공연장 안에서 이어가는 시간이다. 무대 위 세 헌터의 여정은 객석의 수많은 헌터와 만나 하나의 어울림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행사는 재외동포 차세대와 한국어 학습자, 현지 시민들이 한국어를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만나도록 마련됐다. 이를 위해 특별히『Super Simple Korean Grammar』의 저자 김한규 작가가 미니 강연을 진행한다. 한글이 소리를 글자에 담는 원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한국어가 낯선 관객도 낭독과 노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획·진행을 맡은 이유민 작가는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국어의 소리가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번 공연이 한국의 이야기에 담긴 뜻을 되새기고, 한국어 고유의 리듬과 울림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