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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피 흘린 장병 앞에 국가는 말하라

Los Angeles

2026.10.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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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DMZ에서 우리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피를 흘렸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로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이 남다르다. 최전방에서 국토를 지키던 장병이 다쳤다면 국민은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인가, 적대행위인가. 그리고 군의 경계에는 허점이 없었는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치 않다. 정치권의 갈등은 식을 줄 모르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전방 우리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니 국민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 답답한 것은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자작극”이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의 어느 정치인은 지형 변화나 집중호우 등 여러 가능성을 거론하며 토를 달았다.  
 
전쟁터에서 뼈저리게 배운 한 가지가 있다. 적은 우리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우리가 한순간 방심하면 그 순간이 적에게는 기회가 된다.
 
이미 UN의 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정전협정 위반임을 밝혔다. 무엇보다 우리 장병이 다쳤다. 우리 군은 국민 앞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왜 발견하지 못했는가. 왜 막지 못했는가. 우리의 경계태세에는 허점이 없었는가. 그리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할 것인가.
 
2015년의 목함지뢰 사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당시 우리 군의 합동조사단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은 현장조사를 벌였고, 군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다시 묻는다. 그때와 지금 우리의 안보 의지는 달라졌는가?
 
군의 기본 임무는 국토방위와 철저한 경계·방어다. 적대행위가 군사분계선 남쪽, 우리 영토 내에서 벌어졌다면 군은 그 경계 실패와 방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군의 존재 이유는 정치적 눈치를 보는 데 있지 않다. 군의 첫 번째 임무는 국토를 지키고 국민과 장병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연이은 적의 도발을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최전방의 경계선은 단순한 철책이 아니다. 그 선 뒤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자유가 있다. 적대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조사하고, 경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 있게 바로잡아야 한다.
 
군에게 엄중히 요구한다. 군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국토를 지키고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경계는 단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하며, 적의 도발에는 타협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 대화는 힘이 있을 때 의미가 있고, 평화는 철저한 대비태세 위에서 지켜진다. 그것이 진정한 평화를 지키는 억지력이다. 적전에서 머뭇거린다면, 적은 우리의 다음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대한민국의 원칙과 대응 의지가 분명할 때 오히려 불필요한 오판을 막을 수 있다. 안보에는 변명이 없어야 한다. 국경에는 오직 철저한 경계와 굳건한 의지만 있어야 한다.
 
경계는 빈틈없이, 판단은 냉철하게, 국민의 생명 앞에서는 단호하라. 그리고 책임 있게 대응하라. 그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 있다. 전쟁을 겪어본 노병으로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피 흘린 장병 앞에 국가는 말하라.”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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