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기자의 눈] 시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경찰의 과실

Los Angeles

2026.10.13 20:1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강한길 사회부 기자

강한길 사회부 기자

경찰 총격으로 시민이 목숨을 잃으면 누가 책임지는가. 일부 유족은 억울함에 법적 다툼까지 벌인다. 그리고 유족이 승소하면 배상금은 시민이 납부한 세금에서 나온다. 유족은 고통을 겪고 시민은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그동안 이런 사례는 많았지만 경찰 조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알기 어렵다.  
 
LA타임스에 따르면 LA시는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LA경찰국(LAPD) 관련 소송 비용으로 약 4억8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그중 경찰 총격 사건에 따른 비용만 1억460만 달러다. 과도한 무력 사용과 부당 체포, 불법 수색 등을 포함하면 약 1억6000만 달러로 전체의 3분의 1이다. 특히 총격 관련 배상금의 75% 이상은 정신건강 위기를 겪거나 약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된 사람들과 관련된 사건에서 발생했다. 경찰의 모든 총격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을 보호할 공권력이 생명을 앗아갔다면 그 과정은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한인사회에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2024년 5월 LA한인타운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한인 양용(당시 40세)씨가 LAPD 경찰관의 총격으로 숨진 것이다. 가족은 아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출동한 뒤 상황은 비극으로 끝났다. 아들을 살리려던 부모는 결국 아들을 잃었다.
 
경찰은 총격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LA경찰위원회도 총격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총격 전 대응 방식은 규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유족은 다른 대응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며 법적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이 사건은 질문을 남긴다. 위험에 처한 가족을 돕기 위해 경찰을 부르는 것이 과연 안전한 선택인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가족의 생명을 걱정해야 한다면 시민들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공권력의 신뢰가 흔들리면 시민은 누구에게 안전을 의지해야 하는가.  
 
경찰관에게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현장은 예측하기 어렵고 경찰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문적인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신 질환자 대응의 경우 전문가와의 협력, 비살상 수단의 활용은 시민과 경찰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비극은 총성이 멈춘 뒤에도 이어진다. 경찰의 과도한 총격으로 가족을 잃었다고 모두가 배상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소송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양씨 유족 역시 2년 넘게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소송은 돈을 받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확인과 책임을 묻는 과정이다.
 
LA시의 배상금은 공공재정에서 나온다. 공권력의 잘못으로 인한 비용을 시민이 부담하는 구조다. 따라서 공공재정에 피해를 초래한 잘못된 대응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LA시는 재정난 속에서도 경찰 관련 소송에 수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도로 정비와 주민 복지에 사용해야 하는 돈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의 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급하고도 같은 비극이 반복된다면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경찰의 책임을 묻자는 것은 경찰을 적대시하자는 게 아니다. 잘못이 확인되면 책임을 규명하고 현장 지침과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시민과 경찰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4억8000만 달러라는 숫자 뒤에는 유족의 고통과 시민의 세금, 공권력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있다. 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 예방할 수 있었던 과실에 대한 배상금이 아니다. 무엇보다 되돌릴 수 없는 생명과 남겨진 가족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강한길 / 사회부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