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LA 로즈데일 묘지에서 독립운동가 호시한 지사의 유가족들이 묘비를 어루만지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막내아들 호재경씨, 장손 호윤진씨, 손자며느리 호희선씨. 김상진 기자
LA 로즈데일 묘지에 안치됐던 독립운동가 호시한(1885~1956) 지사가 7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간다.
후손조차 독립유공자 서훈 사실을 몰랐던 호 지사의 사연이 본지 보도〈본지 2025년 9월 16일자 A-1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여 만이다. 후손 확인과 희귀 역사 사료 발굴, 건국훈장 전수에 이어 유해 봉환까지 성사되면서 미주 지역 독립운동 역사가 다시 한번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호 지사의 유해는 오는 11월 15일(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식을 갖는다. 이튿날인 16일 오전에는 서울 서대문구 3·1독립선언기념탑에서 봉환식이 열린다. 호 지사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어 17일에는 서울에서 유족들을 위한 위로연도 마련된다.
호 지사의 장손 호윤진 씨는 본지에 “오는 27일부터 LA 로즈데일 묘지에서 이장 절차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호윤진 씨 가족 역시 11월 13일 한국으로 출국한다. 국가보훈부는 유족 최대 6명의 왕복 항공권과 체류 기간 숙박·이동·식사 등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호윤진 씨는 “할아버지를 한국으로 모시게 돼 다행”이라며 “우리도 나이가 많아 앞으로 묘소를 계속 관리하기 어려웠는데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호 지사의 딸 호재숙 씨도 “아버지가 한국에 오시게 돼 정말 기쁘다”라며 “한국 정부에서 직접 진행해 주니 마음이 편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호 지사는 지난 2021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으나, 후손이 확인되지 않아 훈장이 전달되지 못했다. 국가보훈부 자료에도 생전 사진이 없어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은 독립유공자였다.
전환점은 지난해 본지가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화랑청소년재단과 공동 주관하고 뱅크오브호프가 후원한 ‘독립유공자 묘소 찾기 프로젝트’였다.〈본지 2025년 5월 27일자 A-1면〉
본지는 LA 로즈데일 묘지에 잠든 독립유공자 34명의 묘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호 지사의 사연을 발굴했다. 보도를 접한 호윤진 씨가 연락해 오면서 가족들 역시 독립유공자 지정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가족이 수십 년간 보관해 온 희귀 사료도 본지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1946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급한 여권과 1922년 중국 신분증, 1940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등이다.〈본지 2025년 9월 23일자 A-1면〉
호윤진 씨는 지난해 10월 관련 사료 68점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으며, 독립기념관은 올해 8월 이 가운데 17점을 일반에 공식 공개했다.
훈장도 후손들에게 전달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중구청에서 열린 전수식에서 호재숙 씨와 호윤진 씨가 건국훈장 애족장을 전수받았다.
호 지사는 1908년 샌프란시스코 한인공동회 회원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1914년 네브래스카주 헤이스팅스에서 한인소년병학교 설립에 참여했고, 1920년에는 임시정부 군자금 모집을 추진하다 일본군에 체포됐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1927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자금과 광복군 후원금을 지원했으며, 1943~1944년에는 LA 독립신문에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