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인구전략에서 출산율이 빠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인구전략위원회(이하 인구위) 제1차 회의 겸 인구비전 선포식에서 “출생률이라든지 인구 규모 같은 양적 성장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더해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인구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청년 고용률은 50%(지난해 45%)로 올리고, 노인 빈곤율은 30%(39.7%)로 낮추기로 했다.
인구위가 이날 공개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에서 출산율 목표가 빠졌다. 대신 삶의 만족도와 경제 활동 참가율을 2대 목표로 내세웠다. 아이를 더 낳도록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인구가 줄어도 유지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는 합계출생률 1.0명, 박근혜 정부는 1.5명을 제시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인구위는 인구 변화 속도를 늦추는 ‘완화’, 줄어든 인구에 맞춰 제도를 바꾸는 ‘적응’,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도약’을 내걸었다. 세부 정책으로는 청년·신혼·양육가구 공공주택 57만1000호 공급, 신혼부부 정책 대출 소득 요건 완화 등을 추진한다. 결혼한 후 공공임대 소득·자산 기준을 넘어도 재계약을 허용한다. 다자녀가구 청약 가점을 높인다. 2자녀의 경우 2점에서 3점으로 높이는 식이다. 예술인·특수고용직·프리랜서·1인 자영업자에게 석 달치(월 50만원) 육아수당을 지원한다. 고령층에는 치매 공공후견과 재가돌봄을 확대한다.
청년 돌봄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인공지능(AI)·로봇·보조기구 사용을 지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돌봄 인력 부족과 청년 취업난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출생 외국 국적 아동의 출생등록제 도입과 보육 지원을 검토한다. 기본계획은 의견 수렴과 수정·보완을 거쳐 추후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에서 비전 선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한다고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이번 계획은 지난달 10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없애고 인구전략기본법으로 바꾼 후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종전과 다른 걸 보여주려 노력한 것 같다”면서도 “너무 짧은 시간 내에 나와서 그런지 사회적 합의에 이른 게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고령화를 넘어 인구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삶의 질 제고는 국가 정책 전반의 결과이지 인구정책의 성과로 평가하기에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질은 대내외 환경과 정치적 상황에도 영향을 받는데, 점수가 올랐다고 인구정책이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구위가 “인구의 판을 바꾼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과 많이 닮았다. 출산율 목표를 없애는 대신 개인의 삶의 질 개선으로 전환하고 지속 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삼은 점은 똑같다.
서형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산고령화 대응에서 중장기 인구 전략으로 방향을 바꿨다는데, 그러려면 중장기 인구 동향을 제시하고 사회경제 영향과 단계적 대응책을 만들어 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며 “4차(2021년)에 이은 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인지 1차 인구전략계획인지 분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 전 부위원장은 “인구전략은 최소 한세대(30년)를 설정하고, 5년 단위로 실행계획을 담아야 한다. 더는 ‘향후 5년이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