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적발된 북한 정보기술(IT) 위장 취업자들의 ‘노트북 농장’. 위장 취업자가 원격으로 미국 기업에 침투할 수 있도록 노트북을 설치했다. [사진 미 법무부]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한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의 원격 근무 거점인 이른바 ‘노트북 농장’이 적발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텍사스 북부연방지검은 주 전역에서 합동작전을 벌여 북한 IT 노동자들의 불법 네트워크를 해체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수사당국은 주거지 40여 곳을 수색해 북한 노동자들이 미 기업에 침투하는 데 사용한 노트북과 키보드 등 187대를 압수했다. 조셉 로스록 FBI 댈러스 지부장은 “이번 작전은 북한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정보·핵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벌이는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압수한 노트북 한 대는 북한 IT 인력을 고용한 기업 한 곳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자들은 미국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위조하고,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해 미국 내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것처럼 속여 일자리를 구했다. VPN은 인터넷 접속 위치를 다른 곳으로 보이게 해 실제 근무지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감추는 데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조력자들은 북한 측 모집책의 지시에 따라 기업의 보안 시스템이 허위 채용자를 식별하지 못하도록 도왔다. 기업이 원격 근무용으로 보낸 노트북을 자택에서 수령·설치한 뒤 원격 접속 소프트웨어를 깔아 북한 IT 노동자와 해커들이 기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기업이 지급한 급여를 대신 수령해 북한 당국이 통제하는 계좌로 송금하는 역할도 맡았다.
미 정보당국은 그간 북한 IT 노동자들의 위장 취업 사기를 암호화폐 탈취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수단으로 지목해 왔다. 북한 IT 노동자들이 이 같은 수법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2024년에만 약 8억 달러(약 1조800억원)에 달했다. 브렛 레더먼 FBI 사이버 부문 책임자는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 기업에 침투하기 위해 수천 명의 IT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다”며 “이들이 확보한 일자리 하나하나가 미국인 신원을 도용한 것이며,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는 통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작전은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벌인 작전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며 “북한의 은밀한 디지털 위협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강화된 대응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노트북 농장이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6월에도 16개 주에서 노트북 농장 29곳을 적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