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아버지 10년 만에 웃으셨다…이런 관람평에 영화 만들죠

중앙일보

2026.10.14 08:01 2026.10.14 13: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영화의 최전선 : 제작자 열전 ⑧ 김성환 어바웃필름 대표
김성환 어바웃필름 대표는 ‘와일드 씽’, ‘극한직업’, ‘차인표’ 등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다. 광고회사, 영화투자사를 거친 그는 “절친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내 작품의 결도 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성환 어바웃필름 대표는 ‘와일드 씽’, ‘극한직업’, ‘차인표’ 등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다. 광고회사, 영화투자사를 거친 그는 “절친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내 작품의 결도 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천만 영화 ‘극한직업’을 비롯해 ‘해치지않아’, ‘차인표’, ‘와일드 씽’(6월 개봉) 등 김성환(52) 어바웃필름 대표의 작품은 대부분 선하고 유쾌한 코미디다.

왕년의 아이돌(‘와일드 씽’), 폐업 위기의 동물원 직원들(‘해치지않아’), 실적에 목마른 마약반 형사들(‘극한직업’) 등 재기를 위한 주변부 인물들의 ‘웃픈’ 몸부림 또한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다. 어릴 때부터 ‘유머 1번지’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는 김 대표는 “갈수록 관객을 웃기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면서도 “내 영화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Q : ‘사람을 남기는 제작자’라는 평가다.
A : “이병헌 감독, 류승룡 배우와는 영화투자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안재홍·이동휘·신하균·오정세 등과도 관계가 돈독하다. ‘적과의 동침’ 때 친해진 배세영 작가는 ‘극한직업’ 때 따로 시간을 빼서 도와줬다. 그 인맥이 ‘극한직업’ 흥행의 발판이 됐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Q : ‘와일드 씽’(134만 관객)이 화제성에 비해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A : “주 관람객이 40대 이상이었다. 관객층을 20~30대까지 확장할 수 있는 요소를 넣지 못한 게 아쉽다. 오정세(발라드 가수 최성곤 역)가 부른 삽입곡 ‘니가 좋아’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


Q : 오정세가 안무까지 만들었다고?
A : “너무 심심하다며 감독과 상의해 안무를 만들었다. 무대에서 돌면서 토하는 것도 그의 제안이었다. 대박이 난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는 오정세와 ‘남자사용설명서’를 함께한 이원석 감독이 하루만에 찍었다. 이 감독의 숏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섭외하고, 하프와 날개는 내가 중고거래 앱에서 샀다.”

영화 ‘극한직업’.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사진 CJ엔터테인먼트]


Q : ‘극한직업’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나.
A : “주인공들의 성장을 넣어야 천만 영화가 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나와 이병헌 감독은 ‘우리 영화가 무슨 천만이야’ 하면서 끝까지 웃기는 걸로 밀어붙였다. 관객이 덜 들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주의였다.”


Q : ‘니가 소상공인 모르나 본데, 우린 다 목숨 걸고 해!’라는 명대사를 낳았다.
A : “EBS 프로그램 ‘극한 직업’의 애시청자다. 영화 대사처럼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은 목숨 걸고 일한다. 영화 일이 힘들 때면 습관처럼 명동과 남대문 시장에 간다. 열심히 장사하는 분들 보면서 좋은 기운을 받는다.”


Q : ‘극한직업’ 때 아찔했던 순간은.
A : “마약범을 쫓는 첫 장면 찍을 때, 40도 가까운 폭염이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배우들이 그냥 찍자고 했다. 구급차를 대기시켜 놓고 촬영했다. 류승룡 등 모든 배우들이 이를 악물고 촬영에 임했다. 배우들 스스로 사무실에 모여 대본 연습을 하기도 했다.”


Q :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의 분투기를 그린 작품이 많다.
A : “소시민들이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는 얘기를 좋아한다. 내 작품엔 잔혹한 악당도 없다. 긍정적 에너지의 무해한 웃음을 좋아하는 내 성정이 작품에 묻어나는 것 같다.”

영화 ‘차인표’. [사진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 [사진 넷플릭스]


Q : ‘극한직업’ 차기작이 ‘차인표’였다.
A : “천만 대박을 친 뒤 초저예산 영화를 하니까 다들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차인표의 팬으로서, 그의 이미지를 비튼 실험적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2015년에는 ‘부담스럽다’며 고사했는데, ‘극한직업’ 성공 후 찾아가니 ‘내 이름 건 영화를 언제 해보겠냐’며 출연에 응해줬다.”(차인표 배우는 당시 인터뷰에서 “영화 내용처럼 배우 정체기가 와서 이걸 영화로 깨뜨리고 싶다는 생각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Q : 시나리오 수정을 요청한 유일한 설정이 정치 입문 시도였다고?
A : “차인표 배우가 실제로 정치권 영입 제안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거부했던 것 같다. 여자 팬티만 입은 채 구출되는 후반 장면은 민망할 수 있는데, 순순히 찍어줬다. 배우들과 보조 출연자들이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당황해했다. 인간 차인표는 가치관, 성실함, 기부·봉사 등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Q : 코미디 외의 장르에 도전할 생각은.
A : “물론 있다. 장르는 달라도 가급적 모든 작품에 유머를 넣고 싶다. 영화 덕분에 웃을 일 없던 임산부가 웃고,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10년 만에 봤다는 ‘극한직업’ 관람평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영화 제작자는 기획부터 개봉까지, 영화의 운명을 책임지는 존재다. 감독이 선장이라면 제작자는 선주다. 흥행의 공은 모두에게 돌리고, 실패의 책임은 홀로 진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영화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터뷰 전문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정현목([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