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다쳤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사는 당신.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급히 부탁할 친구도 없고 친척들도 모두 멀리 산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문제가 당사자들에겐 삶을 무너뜨리는 절박한 문제일 수 있다. 다쳤는데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을 때, 집중 호우로 집이 침수돼 당장 머물 곳이 필요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온라인 사기의 피해자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과 어려움을 ‘기술’로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SK텔레콤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 ‘스케치포굿(SKTCH for Good)’은 ▶디지털 포용·돌봄 ▶기후재난 대응 ▶디지털 범죄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SKTCH(스케치)는 SKT와 TECH의 합성어로 SKT와 기술 스타트업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뜻이다.
일상의 빈틈을 메우는 기술 SKT의 스타트업 육성 사업은 2021년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78개사가 선발됐고 올해는 ‘스케치포굿’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13개사를 선발했다. 불타는고구마, 슬립웨이브, 아이클로, 시놀, 윙스, 닥터프레소, 솔리다리테, 쓰리알이노베이션, 헬로프렌즈, 우짜, 코어모션, 티에이비, 메타크라우드 등이다.
다양한 사회문제 중에서도 돌봄, 재난, 디지털 범죄라는 세 분야에 집중해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영역이자, SKT의 비즈니스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용과 돌봄’은 SKT가 AI케어콜 등 어르신 돌봄 사회공헌을 진행하며 현장의 문제를 확인해 온 영역이다. ‘기후재난 대응’은 통신업과 뗄 수 없는 분야다. 재난 상황에서 끝까지 유지돼야 하는 게 통신망이며, 위험을 알리는 문자 역시 통신망으로 전달된다. ‘디지털 범죄 예방’은 기술의 발달로 빠르게 늘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SK텔레콤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영역이다.
이번에 뽑힌 13개의 스타트업은 기존 제도나 서비스의 빈틈을 파고드는 솔루션으로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불타는고구마’는 짧고 급한 돌봄 요청에 응답하는 ‘잠깐돌봄’ 서비스를 운영한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업고 계단을 내려와 주세요’ ‘무거운 화분을 옮겨주세요’ ‘밖에 놓여있는 택배를 집안으로 들여주세요’ 등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요청이 많다. AI 기술을 활용해 가까운 곳에 있는 돌보미를 실시간으로 찾아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정밀한 재난 예측 기술로 일상의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모델도 눈에 띈다. 기상청의 집중 호우 예보에도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지형과 배수 시설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짜’는 광역 단위의 기상 정보가 커버하지 못했던 특정 지역의 침수 정보를 정확히 예측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촘촘하게 설치한 강우량계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AI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위험을 예측하고 알린다.
‘코어모션’의 위보(WIBO)는 산불을 초기에 감지하는 관제 시스템이다. CCTV나 드론이 포착하지 못하는 지표면의 작은 불씨를 찾아내 알려준다. 상시 전력 공급이 어려운 산림 현장에서 감지기가 산불의 열을 이용해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작동한다는 점이 기술의 핵심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범죄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스타트업도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메타크라우드’의 보이스쉴드(VoiceShield)는 통화 중 보이스 피싱 의도와 AI 합성 음성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사용자에게 경고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하는 모바일 앱이다. 범죄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범죄가 진행되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우짜, 코어모션, 메타크라우드는 분야는 다르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해 피해를 줄이는 기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용재 SKT 스타트업랩 팀장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시도들이 모여 사회문제의 해법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SKT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2026 SKTCH for Good’ 부트캠프에서 스타트업 대표들과 SKT 구성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격차를 줄이고 장벽을 낮추는 기술 정보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일상의 장벽을 낮추는 기술도 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이거나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비자와 체류 관련된 행정 절차다. 졸업 후 취업하려면 어떤 비자로 바꿔야 하는지,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챙겨야 할 게 많다.
스케치포굿 선발 스타트업인 ‘헬로프렌즈’는 AI 챗봇 기반의 행정·비자 지원 플랫폼 비자브릿지를 운영 중이다. 국적과 체류 목적에 맞는 비자 발급 조건과 필요 서류를 여러 언어로 안내해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
‘솔리다리테’는 대학 생활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소통을 돕는 커뮤니티 플랫폼 노크(Knock)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타 지역 출신 학생, 신입생 등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시간표, 수업 정보, 장학금 신청 방법, 각종 행사와 모임 소식 등을 전한다.
50대 이상을 위한 소셜 플랫폼 ‘시놀’은 접근성보다는 사회적 관계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놀은 시니어 놀이터의 줄임말. 은퇴 이후에도 사람들을 만나며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맺을 기회를 제공한다. 플랫폼을 통해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여행이나 등산 등 오프라인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스케치포굿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올해 12월까지 크게 네 가지 지원을 받는다. ▶팀별 맞춤형 멘토링과 교육 ▶SKT와의 협업 모델 발굴 ▶투자 유치 컨설팅 및 IR ▶사회적가치페스타·MWC 등 국내외 전시 참여 ▶사무공간 제공 등이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SKT와의 협업이다. 최석현 불타는고구마 대표는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데이터, 자원, 인프라를 활용해 비즈니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사회적가치를 확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이미 협업을 시작했다. ‘우짜’가 대표적이다. 침수 피해 지역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강우량계를 동네마다 촘촘하게 설치하는 게 핵심인데 스타트업 혼자서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SKT는 각 통신국사에 협조를 요청해 강우량계를 설치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으며, 강우 데이터 전송도 SKT의 통신 모듈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엄종환 SKT 지속가능경영실장은 “스타트업의 기술과 서비스가 사회적가치와 만날 때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 “현장의 문제를 민감하게 읽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SK텔레콤의 통신·AI·인프라가 서로 연결될 때 사회문제가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