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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토크 퍼터=센터샤프트 퍼터’가 아니다

중앙일보

2026.10.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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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메이드 센터샤프트 퍼터. 사진 테일러메이드

테일러메이드 센터샤프트 퍼터. 사진 테일러메이드

‘제로토크 퍼터=센터샤프트 퍼터’라고 생각하는 골퍼가 많다. 요즘 나온 제로토크 퍼터들이 대부분 샤프트를 헤드 가운데쯤에 꽂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샤프트를 가운데 꽂았다고 다 제로토크인 것도 아니고, 가운데 꽂지 않았다고 제로토크가 아닌 것도 아니다. 제로토크의 핵심은 샤프트가 어디에 꽂혔느냐가 아니라, 샤프트 연장선과 무게중심이 일치하느냐에 있다.

제로토크 원리는 야구방망이

야구 방망이는 무게중심과 손잡이가 일직선상에 있다. 그래서 스윙할 때 방망이가 손안에서 따로 놀지 않고 그립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반대로 무게중심이 손잡이 축에서 벗어나 있으면, 스윙 도중 방망이가 제멋대로 비틀리려는 힘을 받는다. 일반 퍼터가 딱 이렇다. 샤프트와 무게중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스트로크를 할 때 헤드가 손안에서 살짝 비틀리는 힘을 받는다. 이 힘을 ‘토크’라고 부른다.

야구 방망이처럼 퍼터를 샤프트(그립) 축과 헤드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일치시키면, 손목에 따로 힘을 주지 않아도 헤드가 알아서 스퀘어(페이스가 목표를 정확히 향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이게 제로토크의 핵심 아이디어다.

그게 쉬운 게 아니다. 문제는 퍼터 헤드가 무게가 고르게 퍼진 둥근 원판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다른 클럽과 마찬가지로 퍼터도 볼이 스위트스팟이 아니라 옆쪽에 맞았을 때 최대한 똑바로 가도록, 무게를 좌우와 뒤쪽으로 최대한 벌려 배치한다.

그런데 제로토크를 만들겠다고 무게를 샤프트 바로 아래, 즉 헤드 중앙 쪽으로 모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헤드는 잡기 편해지고 스트로크 중에는 잘 돌아가지만, 정작 빗맞았을 때는 쉽게 비틀려버린다. ‘잡기 편한 것’과 ‘빗맞아도 버티는 것’, 이 두 가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힘겨루기 관계에 있는 셈이다.
엑시스 1 퍼터. 샤프트의 연장선은 무게 중심을 향한다. 사진 엑시스 1

엑시스 1 퍼터. 샤프트의 연장선은 무게 중심을 향한다. 사진 엑시스 1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나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시도한 브랜드가 엑시스원(Axis1)이다. 2009년 처음 등장한 이 퍼터는 무게중심을 샤프트 축에 정확히 맞추면서도 관성모먼트까지 최대한 살리려 했다. 무게는 중앙에 모아야 하는데 동시에 바깥으로도 최대한 뻗어야 하니, 헤드가 앞뒤로 길게 늘어지거나 이상하게 뻗은 말렛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샤프트를 아예 무게중심 자리에 꽂는 대신, 샤프트를 구부려 그 연장선만 무게중심을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신 모양을 포기한 셈인데, 그래서인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제로토크 열풍을 일으킨 랩골프 제로토크 퍼터. 사진 랩골프

제로토크 열풍을 일으킨 랩골프 제로토크 퍼터. 사진 랩골프

정작 제로토크 열풍을 일으킨 랩골프(L.A.B. Golf)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무게중심을 샤프트 바로 밑에 억지로 두는 대신, 클럽의 라이 각을 이용해 스트로크가 진행되는 동안 생기는 토크를 반대 방향의 힘으로 상쇄시킨다.

비유하자면, 무게중심을 손잡이 밑으로 옮기는 대신 저울 양쪽에 추를 달아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무게를 굳이 중앙에 모을 필요가 없다 보니 바깥쪽으로 충분히 뺄 수 있었고, 그 덕에 관성모먼트도 높게 가져갈 수 있었다. 성능과 모양,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긴 것이다.

랩골프가 인기를 얻자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퉈 제로토크 퍼터를 내놨는데, 대부분 샤프트를 헤드 센터에 꽂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제품이 쏟아지면서 ‘센터샤프트=제로토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굳어져 버렸다.

M.크래프트 퍼터. 전통적인 퍼터 모양이지만 샤프트 연장선이 무게 중심을 향해 있는 제로토크 퍼터다. 사진 미즈노

M.크래프트 퍼터. 전통적인 퍼터 모양이지만 샤프트 연장선이 무게 중심을 향해 있는 제로토크 퍼터다. 사진 미즈노

원조로 돌아간 미즈노

미즈노가 11월 국내 출시할 M.크래프트 X Z 퍼터는 이 흐름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원조인 엑시스원의 아이디어―무게중심을 샤프트 축에 실제로 맞추면서 관성모먼트도 포기하지 않는 방식―를 그대로 가져간 것이다.

다만 엑시스원이 포기했던 부분, 즉 낯설고 부담스러운 생김새는 다시 잡으려 했다. 크랭크 형태로 살짝 꺾인 호셀을 이용해, 얼핏 보면 전통적인 퍼터처럼 보이도록 다듬었다. 성능의 본질은 엑시스원 쪽에, 겉모습은 익숙한 전통 퍼터 쪽에 걸친 절충안인 셈이다.

이번 신제품이 흥미로운 건 그동안 ‘제로토크=센터샤프트’로 뭉뚱그려 알려졌던 개념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토크를 없앤다고, 혹은 관성모먼트를 키운다고 무조건 좋은 퍼터가 되는 건 아니다. 잡기 편하게 만들 것이냐, 빗맞아도 상대적으로 똑바로 가게 만들 것이냐, 아니면 둘 다 잡으려다 모양을 포기할 것이냐. 지금 나와 있는 제로토크 퍼터들은 저마다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은 결과물이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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