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8% 이상 폭락하며 연이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우상조 기자
끝을 모를 하락이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5일 5500선까지 내려앉았다. 이 기간에만 지수는 21% 하락했고, 시가총액 약 1193조5000억원이 증발했다. 올해 정부 예산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57% 내린 5554.22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4월 7일(5494.78)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장중에는 낙폭이 9.29%까지 커지며 5400선으로 밀려났다. 코스닥 지수도 7.65% 급락한 760.82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20분간 모든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10번째다.
김지윤 기자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6638억원을 내다 팔았다(순매도).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6877억원, 1조323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받아냈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매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9.48% 급락한 21만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 20만 4500원까지 밀리며 ‘20만 전자’를 위협받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11.06% 떨어진 126만2000원에 마감했다. 한때 123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7거래일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20.7% 떨어졌다. 이렇게 하루도 오르지 않고 7거래일 내리 떨어진 것은 2024년 9월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연속으로 3거래일간 17.2% 떨어졌던 지난 7월 28~30일보다 시장 받은 충격은 더 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시보다 심리적인 충격이 더 큰 분위기다. 바닥이 어디인지 불투명하다는 느낌이 드는 시기”라고 말했다.
악재에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한국 반도체 기술을 추격하는 가운데, 미국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빚에 기댄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1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상 우려까지 더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발 단기 금리 상승, AI 인프라 수익성 회의, 메모리 경쟁 우려라는 세 가지 외부 충격이 모두 ‘한국 반도체’로 수렴했다”며 “반도체 쏠림, 외국인 매도, 레버리지 미청산이라는 국내 수급 구조 또한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여줄 만한 뚜렷한 계기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를 앞두고 외국인 매도는 계속되고 있고, 국내 수급은 부재하다”며 “외국인의 수급 전환이 절실한데 문제는 반전 재료가 잘 안 보인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하락장에 접어들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연구원 겸임교수는 “한국 선행지수가 지난 7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가의 고점과 저점이 모두 계속 낮아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크게 떨어진 만큼 더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현 지수는 전고점 대비 약 40% 하락한 수준으로 과거 7차례 위기 국면(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충격, 2022년 긴축 국면)의 하락률 중위값인 43.7%에 근접했다”며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시 불안 요인이 남아있어 강한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유관기관·시장 전문가들과 긴급 점회의를 열고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하락 속도와 수급 측면에서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방산·조선 등 주력 산업은 양호한 실적을 시현하고 있으며, 경제의 기초체력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과 급격한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