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격이 부실채권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AI 투자 열풍에도 ‘빚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18.34포인트(4.90%) 하락한 6만4425.95로 장을 마쳤다. 10월 7일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닛케이225지수의 6만5000선이 무너진 건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이다. 키옥시아(-12.32%), 소프트뱅크(-9.33%) 등 기술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대만 가권지수도 4만6969.87로 전날보다 3.41%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59%), 홍콩 항셍지수(-1.03%), 베트남 VN지수(-0.38%) 등도 하락했다. AI와 반도체 민감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미국 반도체 업종 대표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14일 뉴욕증시에서 전장보다 524.42포인트(4.3%) 급락한 11,684.38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으로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장기간 하락세다.
김지윤 기자
하지만 이날 코스피·코스닥 모두 7%대 하락한 한국의 낙폭이 유독 크다.
하반기로 시계열을 넓혀보면 국내 증시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7월부터 10월 15일까지 코스피는 34.47%나 하락했다. 일본(-8.04%)·중국(-9.45%) 등에 견줘 압도적인 1위다. 같은 기간 대만(1.83%)·홍콩(5.16%) 등은 상승했다.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은 업황 변동성이 큰 메모리 중심 실적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7월 급락장의 후유증으로 악재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약해진 상태란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있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도 매수 여력이 제한되면서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낼 때마다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 중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I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면 엔비디아나 AMDㆍTSMC의 주가가 무너졌어야 하지만 이들은 괜찮다. 위험 요인이 메모리에만 집중되는 것 같다”며 “데이터센터 사업 수익성 저하 우려를 이유로 전반적이 투자 심리가 흔들린 측면이 크다고 본다”고 짚었다.
AI 산업의 재무적 취약성도 아시아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대표적인 징후가 AI 연산 능력을 빌려주는 네오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에서 나왔다. 막대한 대출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온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무담보 회사채 가격은 액면가 1달러당 80센트 아래로 추락해 사실상 ‘부실채권’ 신세가 됐다. 부도 위험을 감지한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회사채 수익률은 15%를 훌쩍 넘겼고, 주가는 15.46%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부채와 리스 의무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520억 달러(약 71조원)에 달하며, 2분기 이자 비용(6억 4000만 달러)만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루이스 알바라도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공동 책임자는 “올해 경험했던 손쉬운 자금 조달의 시대는 끝났다”며 “투자자들이 깐깐하게 발행사의 위험을 살피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코어위브 데이터센터의 냉각 캐비닛 속 GPU들. 사진 코어위브
AI 붐에 기대어 저금리로 빚을 끌어다 쓰던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증시를 뒤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붐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던 오라클도 이날 주가가 9% 빠졌고, 2032년 11월 만기 회사채 만기수익률은 7.24%로 상승했다. 또 다른 네오클라우드 기업 네비우스(-10%)와 델(-11%)도 주가가 하락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코어위브가 9% 금리로 빚을 내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이 5%라면, 사업을 확장할수록 기업가치가 파괴되는 셈”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관련 글에 “맙소사(Yikes)”라는 댓글을 달았다.
AI 산업 전반의 투자수익률(ROI)을 향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에 7조 달러가 투입되더라도 관련 매출은 절반 수준인 3조60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AI 투자를 위한 막대한 자금 조달이 회사채 시장으로 쏠린 상황에서 투자 성과가 부진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